국내 바이오기업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의 주요한 원인 단백질로 알려진 '타우'의 축적을 억제하는 새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이 후보물질를 활용해 올해 미국에서 임상시험에 진입할 계획이다.

아델과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은 타우병증 진행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단일 클론 항체 'ADEL-Y01'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아델은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에서 진행되던 연구를 바탕으로, 2016년 윤승용 교수가 교원 창업한 바이오 회사다.

타우병증은 뇌에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는 질환이다. 이 단백질이 많이 쌓이면 뇌세포가 죽고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알츠하이머는 가장 흔한 타우병증의 유형 중 하나다. 이번에 발굴한 항체는 타우병증 발달과 확산에 핵심 역할을 하는 아세틸화된 타우 단백질의 라이신 280(tau-acK280)을 표적으로 한다.

연구진은 뇌에서 잘못 접힌 타우 단백질이 증폭되는 데 tau-acK280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이를 표적하는 ADEL-Y01을 개발했다. 세포와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효능을 분석한 결과, 타우병증의 진행을 막고 신경 생존 능력을 높여줬다.

협력 연구진으로 참여한 홍민선 연세대 교수팀은 ADEL-Y01의 구조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ADEL-Y01이 아세틸화된 타우 단백질의 라이신 280과 주변 잔기를 직접 인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N-말단 타우를 표적으로 삼는 기존 항체보다 타우 응집 저해와 전파 억제 효과가 높았다고 했다. 글로벌 제약사인 바이오젠 애브비 로슈 등이 타우의 N-말단을 표적으로 한 항체를 개발하고 있다.

송하림·김나영 아델 연구진은 "tau-acK280가 타우 병리 시작 및 증폭 활동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종류의 타우"라며 "ADEL-Y01이 타우병증 관련 알츠하이머, 기타 신경퇴행성 질환의 유망한 치료 후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김동호 울산의대 뇌과학교실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속승인을 받은 아밀로이드베타 항체인 레카네맙과 병용요법으로의 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델은 2020년 오스코텍과 ADEL-Y01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다. 올해 미국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윤승용 아델 대표는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과 보건복지부 비임상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국제학술지(Th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인용지수 19.456)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