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노총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동명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한국노총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동명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노총은 16일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해 한주에 최대 69시간 일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6일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 외에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해 '일이 많을 때는 일주일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하고 적을 때는 푹 쉬자'는 취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몰아서 일하다가 건강이 나빠지면 회복이 안 될 정도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라며 "몰아서 쉬면 된다는 정부 대책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이어 "휴가를 몰아서 쓸 수 있다는 말도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라며 "지금도 노동자 3명 중 1명은 연차휴가조차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강조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선거 과정에서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마음껏 쉬어라'고 언급한 점을 들춰내며 "젊은 세대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한 발 빼는 모양이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시간을 시작으로 직무급으로 포장한 성과급제 확대 등 노동개악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일부의 일탈을 꼬투리 삼아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노조 혐오를 부추기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서겠다"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주영·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기중 정의당 부대표도 참석했다. 이들은 '연차도 다 못쓰는데 몰아쓰기 휴가 가능?', '노동시간 노사자율 선택은 사장님 맘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함께 들고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 "주 69시간제는 기절 시간표이자 비혼 장려 정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고용노동부도 전날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비공개 간담회에 이어 이날 노동부 청년보좌역 등 20명으로 구성된 '2030 자문단'과 미팅을 갖는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갖고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