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임태섭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전략자문(성균관대 MBA교수)


[마켓PRO] 더욱 복잡해진 금리·환율·주가 다이나믹스
새해부터 투자심리를 달궜던 세계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새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로 변하고 있다. 또한 금리인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누적된 금융스트레스가 지난주 실리콘밸리(SVB) 은행을 비롯한 몇몇 미국 지방은행을 유동성 위기로 내몰며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번졌다. 금융스트레스가 이미 작년 부동산펀드 환매 제한 등으로 나타나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이번 지방은행 파산사태가 필자가 작년 10월에 지적했듯이 마지막 사고는 아닐 것이다. 연준은 이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수행함과 동시에 금융안정성에 대해 좀더 심각하게 고려해야하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기 회복세와 미국의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주도했던 올초의 낙관론은 애초부터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의 1월 고용지표와 소비지표가 예상을 휠씬 뛰어넘는 높은 수준으로 발표되자 낙관론은 순식간에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로 진화했다. 2월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상승률 역시 이런 우려에 안도감을 주지는 못했다. 2022년 세계금융시장을 지배했던 금리, 환율, 주가의 역학관계가 재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에너지위기로부터 벗어나며 경기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떴던 유럽 주식시장도 지속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로 급격히 상승 모멘텀이 사그라지고 있다.

월 경제지표에서 미국경제는 과열 조짐이 다시 나타나고 인플레이션이 쉽게 둔화되지 않는 기미를 보이면서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달러강세와 주가하락이 재연되며 금융여건이 긴축되는 2022년의 시나리오가 반복됐다. 지난 주말에는 지방은행이 유동성위기에 몰리며 파산하는 사태가 나타나자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재무성이 적극적 개입하며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는 방지하였으나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융여건이 급격히 긴축되고 나아가 하반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지방은행 파산사태가 부실자산으로 인한 손실에서 초래된 것이 아니고 자산, 부채 만기구조 문제로 인한 유동성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 이번 사태가 급격히 확산되며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연준의 최우선 정책목표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제어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연준의 금리인상과 금융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결국 금융여건의 긴축으로 나타난다. 미국 금융시장은 앞으로도 금융여건이 긴축되고 주가가 하락하는 추세 속에 인플레이션 지표에 따라 단기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 접어든 것 같다. 경기가 완만히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하락세로 다시 접어드는 시그널이 나오면 단기간 미 국채금리와 달러는 하락하고 주가는 반등하는 시나리오가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2022년을 지배했던 금리, 환율, 주가의 역학관계가 그대로 지속되며 금융시장은 조정국면 속에 출렁이게 될 것이다. 또한 금융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언제든 또다시 불거지고 금융여건이 급격히 긴축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리스크프리미엄을 전반적으로 높이게 될 것이다.

결국 총수요가 줄어들어야

연준 파월의장은 지난 2월 FOMC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상품가격을 중심으로 한 “디스인플레이션”을 무려 11차례나 언급했다. 실제로 연준은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으로 하던 인플레이션 파이터 입장에서 인플레이션과 경기에 대한 균형을 강조하는 쪽으로 정책기조를 선회하여 왔다. 또한, 연준은 정책금리 인상폭을 12월과 1월 두차례에 걸쳐 각각 0.5%, 0.25%로 연이어 낮추면서 금리인상을 다시 가속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을 정도로 디스인플레이션 추세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면서 금융여건이 더욱 완화되는 것을 용인했다.

지난 12월 필자는 최근의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과 금리차가 연준과 금융시장이 모두 인플레이션, 금리 그리고 경기에 대한 너무 낙관적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따라서 연준은 과잉긴축의 위험관리로 정책기조를 전환한 반면 연준이 예상하고 있는 최종 정책금리수준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실패하고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금리인하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를 최대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전망했는데 최근 경기지표는 이런 시나리오대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정으로 미국의 금융여건지수는 작년 하반기부터 완화되기 시작하여 올 1월에는 연준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금리인상에 나섰던 작년 3월 수준까지 완화되기도 하였다. 10월 이후 금융여건이 완화되면서 경기에 미치는 연준의 금리인상 효과는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여건이 완화되고 임금은 계속 오르면서 소비를 중심으로 미국경제가 다시 상승탄력을 받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미국의 고용시장은 1월 신규취업자수가 시장 예상치의 두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과열기미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또한, 상품가격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도 최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신규주문전망이 반등하고 가격전망이 재상승하는 등 심상치 않은 기미를 보이고 있다. 헤드라인 인플레이션하락세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던 중고차가격 하락세도 지난 몇년간의 신차판매대수 하락으로 인한 중고차 공급부족으로 다시 반등하고 있다.
[마켓PRO] 더욱 복잡해진 금리·환율·주가 다이나믹스
미국 경기가 작년 하반기 점차적으로 둔화되는 듯 보이다 1월 고용지표를 기점으로 다시 상승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연준 FOMC위원들은 일제히 금리인상폭 확대와 최종금리수준을 상향조정할 수 있음을 피력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기미를 보이면서 금리정책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결국 현재 인플레이션의 본질은 초과수요이며 이는 금리인상과 통화흡수를 통한 수요억제에 의해 통제될 수 밖에 없다. 경기가 좋아질수록 인플레이션 통제가 어렵게 되고 더욱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당장 연준은 10월부터 완화되기 시작한 금융여건을 다시 긴축으로 돌리기 위해 다시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할 수 밖에 없다. 연준이 금리인상의 고삐를 다시 다잡으면서 금융시장이 혼돈을 겪고 결국 올해 말에서 내년 경기침체 위험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유럽도 역시 초과수요에 의한 인플레이션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유난히 따듯했던 겨울로 인해 에너지위기와 심각한 경기침체 위험에서 벗어난 유럽 주요국들의 근원 인플레이션이 하락추세에서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유럽중앙은행이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정책금리 전망치가 상승하여 현재는 4%를 돌파하며 유럽중앙은행 설립 이후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인플레이션 억제에 나서면서 미국과의 단기금리차가 축소 내지는 유지되며 달러의 상대적 강세가 제한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정책기조를 볼 때 작년과 같은 일방적인 달러 초강세현상이 재현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상대적으로 금융완화책을 실시하고 있어 중국 위안화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는 원화를 비롯한 동아시아국가들 통화에 대해서는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마켓PRO] 더욱 복잡해진 금리·환율·주가 다이나믹스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조정할까?

연준이 인플레이션 통제에 대한 의지를 다시 강조하면서 채권선물시장은 연준 최종금리수준을 5.5%이상으로 상향조정하였으나 지방은행 파산사태로 다시 5% 초반으로 하향조정하고 연말 금리인하 가능성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이 인플레이션 통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금리인상 사이클은 길어지고 최종금리수준은 높아지면서 결국 경기침체위험은 확대될 것이다. 작년말 발표된 연준의 2023년말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3%에 근접하고 있는데 최근의 경기동향은 물가상승률전망이 다시 상향조정될 수 밖에 없음을 강력히 암시하고 있다.


연준은 올 하반기 금리인상, 금융안정성 그리고 경기침체 위험이라는 정책 딜레마에 봉착할 것이다. 써머스 교수와 엘에리언 학장은 연준이 경기침체를 감수하기 보다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상향 수정하면서 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더욱 오랜 기간 높은 수준에 머무르는 것을 공시적으로 용인하거나 인플레이션 목표치의 상향조정을 고려한다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 상당한 정책 리스크가 뒤따른다. 결국 연준은 인플레이션 하락세에 대한 상대적 낙관론과 금융시스템 안정성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얼버무릴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연준의 정책신뢰성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지금 밸류에이션에서는 주식매수 장기보유 매력 없어

새해 들어 중국경제가 리오프닝으로 활기를 되찾을 것이고 유럽경제가 경기침체 위험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계경기가 저점을 통과해 상승국면에 진입했다는 낙관론이 금융시장을 지배했다. 경기가 저점을 통과할 때 주식시장은 경기와 실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주가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주가의 밸류에이션이 일단 상승하고 나면 시장은 기업의 실적전망이 반등하기를 기다리며 기간조정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를 경기 중반 사이클 조정(Mid-cycle Adjustment)이라고 한다. 이런 낙관적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실적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식시장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며 가격조정에 들어가게 된다.

크레스트아시아 리서치팀의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12개월 KOSPI 시총 상위 100대 기업의 컨센서스 영업수익률은 시장의 낙관적 기대와는 반대로 계속 축소되고 있다. 또한 실적전망이 계속 하향조정되면서 수익률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 국면이 경기 중반 사이클 조정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다. 경기 저점 통과구간에서는 수요부진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아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의 여지가 높기 마련이다. 따라서 기업실적이 회복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선진경제권이 초과수요로 인해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어 경기억제정책이 필요한 구간이며 이는 수요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상품수출 위주로 짜여 있는 KOSPI기업의 실적전망이 상승 반전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또한 KOSPI의 P/E는 이미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리스크 프리미엄은 지나치게 낮아 가치투자의 관점에서 인덱스 매입 후 장기보유전략을 구사하기에 매력적인 구간도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최근의 낙관론이 사그라지면서 밸류에이션의 하향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