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제조기업의 86%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조 요구를 100% 받아들였다. 물가 급등에 따른 실질임금 저하와 인재 이탈을 막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6일 일본 미디어들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 혼다, 닛산자동차 등 자동차 3사와 파나소닉홀딩스, 히타치제작소를 비롯한 전자업체 등 주요 제조 대기업 대부분이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조 요구안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최대 음료기업 산토리홀딩스는 7%씩 임금을 인상한다. 삿포로맥주와 파나소닉홀딩스, 혼다, 닛산자동차도 5.0~5.7%의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노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제조기업이 전체의 86%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주요 기업이 적극적으로 급여를 올리면서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이 1998년 현재의 방식으로 임금협상을 시작한 이후 처음 3%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춘계 임금협상이 시작되기 전 민간 전문기관들이 예상한 평균 임금 인상률은 2.85%였다.

대기업들이 예상보다 큰 폭의 임금 인상에 합의하면서 민간 전문기관들도 예상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올해 임금 인상률이 3%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보다 높은 임금 인상률의 배경에는 물가가 있다. 일본의 물가가 40여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올해 임금 인상률이 3%를 기록하더라도 실질 임금 상승률은 -0.2%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경쟁사들이 잇달아 임금을 올리자 인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임금 인상 대열에 합류한 기업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본 내각은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를 늘리기 위해 기업에 3% 이상의 적극적인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노사정협의회에 참석해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1000엔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본 최저임금협의회는 올해 평균 시간당 최저임금을 961엔으로 역대 최대폭인 31엔 인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