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주주 사망에 상폐 내몰리는 'K바이오'의 현실
항암신약 개발 바이오벤처 뉴지랩파마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재무제표 감사를 맡은 외부감사인이 ‘의견거절’ 결정을 내려서다. 감사인의 의견거절은 상폐 사유가 된다. 경영진의 재무 개선 계획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회사는 상폐 수순을 밟게 된다.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뉴지랩파마는 주목받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 회사였다. 시가총액이 4000억원에 달했다. 암세포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끊어 굶겨죽이는 원리인 대사항암제의 개발 성공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오랫동안 연구개발(R&D)해온 재미 과학자가 개발을 이끈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그랬던 뉴지랩파마의 주가는 올 들어서만 10분의 1로 급락했다. 시총은 45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상폐 사유까지 생겼다. 회사가 이 지경에 내몰린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1월 말 뉴지랩파마의 ‘쩐주’였던 실질적 대주주 K씨의 사망이다. 핵심 자산인 대사항암제 개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회사 측 해명은 메아리에 그쳤다.

뉴지랩파마 사태는 ‘K바이오’에 대한 신뢰를 또다시 끌어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스닥 상장사인데도 회사 운명을 거머쥐었던 K씨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 일반 투자자가 대부분이었다. 이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둘러싸고 황당한 사건도 벌어졌다. 일부 CB 투자자가 투자금 회수 목적으로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지만, 회사 측은 “이미 주식 전환된 전환사채”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진실 공방은 일반 투자자들이 바이오를 더 불신하게 만들고 있다. ‘이래서 바이오 주식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뉴지랩파마는 국내 바이오벤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주주 한 명에 의해 회사의 존폐가 갈리는 비정상적인 현실 때문이다. 창업자 또는 대주주가 과도한 책임과 권한을 떠안는 구조가 불행의 씨앗이라는 얘기다.

바이오 기업은 신약 개발 성공 기대에 대한 주변의 압박을 감수해야 한다. 임상 개발에 실패해도 투명하게 결과를 설명하지 못하고, 투자자는 희망 고문을 받는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이런 악순환은 ‘좀비 바이오’를 양산할 뿐이다.

주총 시즌이 시작되면서 상당수 바이오벤처가 소액주주의 성화에 시달리고 있다. 신약 개발 성과가 부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사업 리스크 요인은 쏙 뺀 채 장밋빛 미래만 되풀이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창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투자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K바이오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