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할 땐 필수 소비재株…P&G·펩시·몬델레즈 주목"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유럽 크레디트스위스(CS)의 불안으로 세계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필수 소비재 기업들의 주가 방어력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 경기방어주인 소비재 기업들이 당분간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미국 식료품, 의류 등 필수 소비재 기업 34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필수 소비재 셀렉트 섹터 SPDR 펀드(XLP)’는 전날보다 0.65% 상승한 72.5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SVB가 파산한 이후 이날까지 XLP의 주가 상승률은 1.58%로 시장 수익률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각각 0.67%, 1.18%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0.84% 상승했다.

XLP가 담은 종목 중 비중이 가장 큰 프록터앤드갬블(P&G) 주가는 전날보다 1.35% 상승한 141.8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P&G는 대표적인 필수 소비재 회사다. 역시 XLP에 편입된 식음료 기업 펩시와 코카콜라 주가도 전일 대비 각각 1.79%, 0.67% 올랐다. CS의 재무 건전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이날 하루 S&P500지수는 0.7%, 다우지수는 0.87% 하락 마감했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필수 소비재 기업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필수 소비재 기업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성장주가 큰 폭으로 하락한 지난해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SVB와 CS 사태로 Fed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거란 전망이 일고 있는 지금 다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SVB와 CS 사태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필수 소비재처럼 안정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경기방어주의 매력이 더 커져서라는 평가도 나온다.

필수 소비재 기업 중 ‘가격 결정력’이 있는 기업의 투자 매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상품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실적을 방어할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가 식품기업 몬델레즈다. 몬델레즈는 제품 가격을 올렸지만 지난해 4분기에 시장 추정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냈다. 몬델레즈의 4분기 매출은 시장 추정치를 4.7%, 주당순이익(EPS)은 3.8% 웃돌았다.

올해 초 필수 소비재 기업들의 주가가 조정받았기 때문에 현재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도 매력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런스는 “지난해 말만 해도 높았던 밸류에이션이 올해는 낮아진 상태”라며 “기준금리 상승으로 배당 매력은 떨어졌지만, 주가 흐름이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필수 소비재 산업 전체가 다시 호황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