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초기 비교 대상 없어…이승만·이정학 등장으로 정밀 감식
파출소서 찾은 '빗살무늬 발자국'…백경사 피살사건 실마리 될까
전북지역 주요 장기 미제 사건인 '백선기 경사 피살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발자국이 '빗살무늬' 또는 '갈매기' 형태라면서 정밀 감식을 진행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이 사건 수사 초기에 족흔적(발자국) 2개를 확보했으나 범인을 특정할 단서로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

당시 과학수사 수준이 현재보다 뒤떨어지기도 했지만, 유력 용의자가 없는 상태에서 비교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단서 확보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경찰이 대전 은행강도 살인사건 주범의 제보로 울산시 한 여관에서 백 경사의 총기를 되찾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경찰의 수색에도 20년 넘게 찾지 못한 총기의 구체적 위치를 알고 있는 이승만과 이정학이 유력 용의자로 떠오르면서 발자국을 대조할 대상이 생겼다.

다만 이승만과 이정학은 서로 상대를 백 경사 피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하며, 자신의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발자국이 한 명의 것이라고 했으나 크기나 또 다른 특이사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추후 정밀 감식 결과가 나온 뒤에 이를 범인 특정의 주요 단서로 쓰기 위한 전략적 함구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와 함께 최근 사건 당시 현장 인근에 있던 목격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프로파일러를 통한 법최면 조사를 진행했다.

이 또한 '상당히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다'면서도 범인을 확정한 단계가 아니어서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 물증과 진술 이외에도 당시 수사 자료 등을 토대로 사건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신 전북경찰청 형사과장은 "총기와 족흔적은 지금 분석하는 단계여서 구체적 내용에 관해서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주요 수사 자료로 써야 하는 부분이어서 추후 진범을 잡으면 이 물증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2002년 9월 20일 0시 50분께 전주북부경찰서 금암2파출소에서 발생한 백 경사 피살사건은 주요 장기 미제 사건으로 꼽힌다.

추석 연휴에 홀로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백 경사는 온몸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동료 경찰관에게 발견됐다.

범인은 백 경사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이 장전된 38구경 권총을 훔쳐 달아났다.

전북경찰청은 장기 미제로 남은 백 경사 피살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고 프로파일러 5명을 투입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