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제도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처음 도입된 이후 사외이사의 권한은 점점 더 막강해지고 있다. 기업들이 이사회 중심 경영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CEO 뽑고 억대 보수까지…책임 많은 사내이사보다 '꽃보직'
포스코홀딩스 지배구조를 보면 사내이사를 제외한 사외이사들이 최고경영자(CEO·회장)를 추천하고 선출한다. 회장 후보 결정은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관할하는데,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3인으로만 구성된다. 상법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가 차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를 대표하는 의장도 사외이사만 맡을 수 있다. 2006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정관을 이렇게 바꿨다.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는 총 7명으로, 사내이사(5명)보다 많은데 의장도 사외이사가 맡는다. 이렇다 보니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 사안은 모두 사외이사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 △이사후보추천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재정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5개 전문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들 전문위원회 위원장도 모두 사외이사가 맡도록 하고 있다.

사내이사 임기는 1년인 데 비해 사외이사의 임기는 3년이다. 이해 상충이나 큰 결격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임기를 보장한다. 이런 막강한 권한에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지난해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의 연 평균 보수는 1억500만원이다. 이사회는 총 12번 열렸다. 회의 참석 때마다 875만원씩의 보수를 받은 셈이다.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만 뽑을 수 있다.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외부 원로로 구성된 외부추천자문단의 3배수 추천을 받은 인물 중 후보를 선정한다. 하지만 5명의 외부추천자문단도 사외이사들이 추천·임명하는 구조여서 사실상 사외이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고려대 기업지배구조개선연구소장 시절인 2003년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과의 인연으로 포스코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국내외 지배구조 평가 기관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만 강조한 탓에 사외이사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조만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설치할 계획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