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가 검찰에 기소된 당직자의 당무를 정지하는 ‘민주당 당헌 80조’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정 여부를 놓고 지난해 한 차례 ‘이재명 방탄’ 논란이 빚어진 내용을 두고 다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혁신위에는 최근 “당헌 80조를 삭제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접수됐다. 장경태 혁신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혁신위의 다양한 제안은 수백 건에 이르고, (모든 제안이) 꼭 논의되거나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혁신위는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공천 제도 결정이 마무리된 뒤 관련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헌 80조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당무위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당초 해당 예외 조항은 ‘부당한 이유’의 판정 권한을 외부 인사 중심의 윤리심판원에 위임했지만,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가 이끄는 당무위에 맡기는 것으로 개정됐다. 이 과정에서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개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비명계에서는 혁신위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조응천 의원은 “혁신위 내부 논의가 외부에 유출되고, 장 위원장이 이를 부인한 게 벌써 세 번째”라며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당헌 80조 도입 당시 혁신위원을 맡았던 이동학 전 최고위원도 “부정부패 정치인이 나왔을 때 시간을 끄는 정당에 (국민들이) 신뢰를 줄 수 있겠냐”고 우려했다.

거센 반발에 친명계는 신중론을 앞세우면서도 당헌 80조의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당원들이 강력하게 요구하지만, 일부 의원이 반대하고 있다”며 “충분하게 토의해야 하는데 지금은 아니다”고 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