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돈 푸는 Fed…폭등 원인? 한 주 $3000억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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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돈 푸는 Fed…폭등 원인? 한 주 $3000억 뿌렸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01.32916087.1.jpg)
▶주가 폭등=S&P500 1.8%, 나스닥 2.5%
▶금리 급등=미 국채 10년물 3.580%(+11.4bp)
▶유가 상승=WTI 배럴당 68.1달러(+0.7%)
15일 밤 크레디스위스는 스위스 국립은행(SNB)으로부터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을 대출받기로 했다고 긴급히 발표했습니다. 스위스 국립은행이 "필요한 경우 은행에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지 몇 시간 흐르지 않은 때였습니다. 32억 달러 상당의 선순위 채권도 되사기로 했습니다. 전날 폭락한 주가는 16일 19% 넘게 상승했습니다. 다른 유럽 은행도 주가를 회복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돈 푸는 Fed…폭등 원인? 한 주 $3000억 뿌렸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01.32916095.1.jpg)
다만 모두가 이렇게 보는 건 아닙니다. 모닝스타는 크레디스위스가 "근본적으로 자산 건전성 문제가 아니라 수익성 문제를 안고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JP모건은 크레디스위스의 현상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같은 스위스 은행인 UBS가 인수하는 것입니다. 이럴 가능성을 가장 크게 점쳤습니다. (블룸버그는 오늘 오후 크레디스위스가 UBS와의 강제 합병에 반대했다고 보도했습니다)두 번째는 스위스 국립은행이 자본을 투입하는 겁니다. 일종의 국유화를 통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죠. 세 번째는 은행을 스스로 문 닫는 방식인데, 이는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봤습니다. KBW도 "크레디스위스는 무엇보다 해체가 가장 가능성이 큰 해결책"이라며 "은행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자산 매각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크레디스위스를 박하게 평가하는 것은 지난 몇 년간 불가리아 마약 자금세탁과 모잠비크 부패 등에 연루되어 막대한 벌금이나 평판 손상을 입었을 뿐 아니라 내부 경영진 간 스파이 스캔들까지 터지는 등 일종의 '막장' 같은 일이 많았던 탓입니다. 2021년 핀테크 그린실 파산,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탈 파산에 얽혀 80억 달러를 날려 내부 통제가 엉망이란 지적도 받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본적 문제는 유동성이 아니라 수익성이라는 지적입니다. 미즈호의 도미닉 콘스탐 매크로 전략가는 "스위스 국립은행이 한 것이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히 크레디스위스는 많은 독특한 문제가 있다. 장기적, 혹은 중기적으로 이를 굿뱅크와 배드뱅크 등으로 나눠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들은 상당히 훌륭한 프라이빗뱅크(private bank)를 갖고 있고 그들은 이것을 유지하길 원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장 초반 3%대 급등하던 유럽 증시의 주가는 오후께 상승 폭을 줄였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 결정 발표가 다가온 탓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돈 푸는 Fed…폭등 원인? 한 주 $3000억 뿌렸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01.32916088.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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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돈 푸는 Fed…폭등 원인? 한 주 $3000억 뿌렸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01.32916102.1.jpg)
ECB의 금리 결정이 나온 후 유럽 각국의 국채금리는 급락했습니다. 50bp를 올렸지만 '비둘기파적'으로 본 것입니다.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발표 전 연 2.193%에서 발표 후 연 2.145%로 떨어졌습니다.
유럽 증시는 다시 힘을 찾았고 독일 DAX는 1.57%, 프랑스 CAC지수는 2.03% 올라 거래를 마쳤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돈 푸는 Fed…폭등 원인? 한 주 $3000억 뿌렸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01.32916105.1.jpg)
이를 지켜본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상승하고, 10년물은 하락했습니다. ECB 움직임을 보면 Fed도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을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커진 탓입니다. 그래서 2년물 수익률은 더 긴축적이 될 통화정책을 반영해 오르고, 10년물 금리는 더 깊어질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내린 것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도 3월 25bp 인상 가능성이 70% 이상으로 높아졌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돈 푸는 Fed…폭등 원인? 한 주 $3000억 뿌렸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01.32916086.1.jpg)
발표된 경제 지표는 엇갈렸습니다.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3월 11일)는 19만2000 건으로 전주(21만2000건)나 월가 예상(20만5000건)보다 더 적었습니다. 다시 20만 건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고용이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것이죠. 또 주택시장도 반등 분위기를 보였습니다. 2월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보다 9.8% 증가했고 건축허가 역시 전월 대비 13.8% 늘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돈 푸는 Fed…폭등 원인? 한 주 $3000억 뿌렸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01.32916090.1.jpg)
오전 10시 50분께 시장 분위기를 한 방에 바꾼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대형 은행들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구조에 나섰다'(Biggest U.S. Banks Race to Rescue First Republic)라고 보도한 것입니다. WSJ은 "퍼스트 리퍼블릭 구제에는 25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라며 "JP모건과 씨티 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가 각각 50억 달러씩을 예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PNC파이낸셜, US뱅코프, 트루이스트 등도 그보다는 적은 돈을 투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퍼스트 리퍼블릭은 이번 위기 전만 해도 은행권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곳입니다. 자산규모가 2130억 달러에 달하고 주요 고객은 실리콘밸리의 부자들입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에게 모기지 대출을 해준 곳이 바로 이 은행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퍼스트 리퍼블릭의 부유층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 포석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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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여러 가지 궁금증이 남습니다. 세 가지를 짚어 보겠습니다.
① Fed는 다음주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오후 4시 기준 Fed워치 시장에서는 25bp 인상 확률을 80% 이상 베팅하고 있습니다. FOMC에서 봐야 할 것은 금리 변화만이 아닙니다. 은행 혼란에 대한 Fed의 시각이 성명에 나타날 것입니다. 또 점도표가 새로 나옵니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전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Fed가 25bp 인상과 동결 사이에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라잔은 "Fed가 인하할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 "공격적으로 50bp를 인상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시장 취약성이 너무 큰 이 시점에서 그것은 꽤 힘든 폭의 인상이 될 것이다. 25bp 또는 0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라잔은 Fed가 동결을 택한다면 제롬 파월 의장은 "매우 강력한 언어로 이를 방어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게 아니다. 잠시 시장을 지켜보는 것일 뿐"이라고 얘기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는 긴축을 재개하기 위한 창을 열어 두기 위한 것입니다. Fed는 과거 금리 정책 방향을 자주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동결하고 나면 시장은 더이상의 금리 인상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겠다는 Fed의 신뢰성을 흔들 수 있고,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지 않을 때도 금리 인상을 재개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Fed가 25bp를 인상할 경우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경기를 둔화시키려 하고 있음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채권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금융시스템의 균열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라잔 교수는 "Fed는 이론적으로는 다음주 금리를 동결해도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많은 기업은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고 보고 근로자들을 해고할 것이고 이는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라잔은 "금융 부문의 혼란은 Fed가 하는 일의 일부를 도울 것이다. Fed가 위기가 그런 일을 할 만큼 나쁘다고 믿는다면 동결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음주 21~22일까지 이런 혼란이 지속하느냐, 안정되느냐에 달려있다는 얘기입니다.
② 은행 발 혼란이 잠잠해진다면, 경기 침체 우려는 사라지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혼란이 발생한 뒤 월가가 예상하는 침체 확률은 확실히 높아졌습니다. 다른 은행의 유동성 위기를 본 많은 은행이 돈줄을 꽉 쥐고 대출의 고삐를 더 조일 것이고, 이로 인해 경기가 둔화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돈 푸는 Fed…폭등 원인? 한 주 $3000억 뿌렸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01.32916093.1.jpg)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돈 푸는 Fed…폭등 원인? 한 주 $3000억 뿌렸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01.32916091.1.jpg)
BCA리서치는 이번 혼란이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더라도 주가가 반등하면 은행주를 팔 것을 권고했습니다. 마진 축소가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BCA리서치는 중앙은행의 긴축 통화정책을 가장 이유로 들었는데요. 이는 은행의 대출 수요를 줄이는 한편 예금 인출을 촉발해 자산 및 부채의 불일치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긴축에 따른 경기 둔화는 대출 연체율 증가와 더 많은 채무 불이행으로 이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은행들이 시중 금리 상승에 따라 예금 이자를 높여줘야 하기 때문에 순이자마진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봤고요. 멀쩡한 기업도 인수·합병 등을 줄이면서 기업금융도 위축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로 인해 예금보험료는 높아지고 각종 규제가 강화되어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해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BCA리서치는 "은행 업계가 여러 면에서 압력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실망스러운 이익 성장과 장기적으로 저조한 실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