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자재 기업 글렌코어가 "향후 가격이 급등할 구리에 값싸게 투자하는 방법은 우리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에 자사의 주식 매수를 추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른 원자재 기업들과의 인수합병(M&A) 혹은 광산 통합 방식 등을 예고하는 발언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물 구리는 전장보다 0.5% 가량 뛴 파운드 당 3.87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 중국발 구리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구리 가격은 최근 몇달 새 하락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전기자동차 등 향후 친환경 전환 인프라를 조성하려면 구리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는 장기·근본적 전망이 구리의 몸값에 다시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글렌코어의 게리 네이글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통신에 "전 세계 광산 업계에서 구리 거래량 폭증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가오는 구리 호황에 투자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은 우리 회사 주식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글렌코어는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코발트와 니켈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구리 생산지를 보유한 기업 중 하나이다. 글렌코어의 경쟁사인 BHP와 리오 틴토도 구리 광산을 개발하는 투자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들 역시 이미 지난 1년 동안 구리 사업부를 확장시키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이 올해 초 "광공업 전반에 걸쳐 대규모 인수합병 및 투자 움직임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네이글은 "광산업계 투자자들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절정에 달했을 때 몇몇 거래에서 실패를 맛본 이후 고가의 원자재 거래에 등을 돌렸지만, 녹색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구리의 공급이 향후 부족해지는 게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군가 구리를 사고 싶다면 내 생각에는 이미 100만t의 구리를 보유한 사업체"라고 말했다.
글렌코어 "폭등할 구리에 싸게 투자하려면…우리 회사를 노려라" [원자재 포커스]
그는 또 "광물 생산을 늘리고 비용을 절감하는 한 가지 분명한 방법은 M&A 외에도 서로 바로 옆에 위치해 있지만 서로 다른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대형 광산을 결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으로 글렌코어의 캐나다 서드베리에 위치한 니켈 광산을 언급했다. 이는 브라질의 베일 SA가 운영하는 광산과 인접해있다. 또한 글렌코어가 앵글로 아메리칸과 함께 투자한 콜라와시 구리 프로젝트 역시 테크리소스의 칠레 퀘브라다 블랑카 인근 광산과 가깝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브라질과 호주의 철광산 사이에 잠재적인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네이글은 "단순히 다른 회사를 사는 것보다 광산 결합으로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글렌코어가 자사 광산 인근에 있는 광산들에 대한 각종 기회에 대해 경쟁사의 CEO들과 논의했으며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미 일부 주요 생산국의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구리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계속되고 있다. 각종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페루의 경우 전 세계 구리 공급량의 10%를 차지하는 2위 생산국이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작년 11월 기준 페루의 구리 생산량이 이미 전년 동월 대비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2년 내로 페루의 구리 공급량은 더욱 급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