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글로벌 홈페이지 캡처.
타이거글로벌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상장 기술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비상장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주요 벤처펀드의 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벤처 투자금이 마르면서 비상장 기술기업들도 기업가치를 크게 깎아 자금조달에 나서는 등 벤처투자 빙하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기술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타이거글로벌의 벤처펀드 가치가 지난해 약 33% 줄어들었다. 타이거글로벌의 벤처 펀드들이 보유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총 230억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 90억달러의 가치가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거글로벌의 벤처펀드가 투자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에는 짧은 동영상으로 전세계를 휩쓴 틱톡의 모회사 바이댄스와 전자결제 세계 2위인 스트라이프 등이 있다. 지난해 하반기 벤처시장이 냉각되면서 이들 기업의 가치는 하락했고 특히 4분기에 타이거 벤처 펀드들은 9~25%의 손실을 입었다.

벤처펀드는 비상장사 주식을 담고 있기 때문에 수익률 하락이 상장사보다는 비교적 완만하다. 상장사의 기업가치는 주가로 바로 계산할 수 있지만 비상장사는 동종업계 상장사와 비교, 미래가치 평가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평가자의 재량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상장사 가치 하락이 일정 기간 늦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투자업체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480억달러 규모 비전펀드2가 보유한 상장사 주식의 가치는 작년 4~12월 사이 50% 이상 떨어졌다. 이에 비해 비상장사의 가치는 약 30% 하락했다. 가치평가 방법의 차이 혹은 가치 하락 반영 시간의 차이인 것으로 풀이된다.

타이거펀드가 운영하는 각각의 벤처펀드의 수익률도 떨어졌다. 2020년 50억달러 규모로 결성된 벤처펀드 PIP 12의 내부수익률은 작년 6월말 22%에서 작년 말 9%로 반토막 났다. PIP 11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23%에서 13%로, PIP 10은 39%에서 35%로 하락했다.

특히 타이거 벤처펀드가 가장 많이 투자한 스트라이프의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전날 스트라이프는 기업가치 500억달러를 인정받아 65억달러를 조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1년 자금 조달을 완료했을 때 가치 950억달러에서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타이거글로벌은 지난 6월말 보유중인 스트라이프의 지분 가치가 16억달러에 달한다고 공개했었다. 이 비율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8억5000만달러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