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속 가능한 가치외교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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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의 균형 추구하고
국익 위한 실용·일관성 필요
박희권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국익 위한 실용·일관성 필요
박희권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시론] 지속 가능한 가치외교를 위하여](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07.30381399.1.jpg)
전통적으로 외교를 이끄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다. 이상주의는 협력, 도덕적 가치와 국제법을 무력 사용과 강압보다 우선시하는 믿음이나 원칙을 의미한다. 전쟁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가치와 이상을 전파하는 것을 국익 확보 수단으로 본다.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 확산을 추구하며 다자주의를 지지한다. 현실주의는 현실 적응과 실용적 해법을 추구한다. 국가 간 권력투쟁을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고, 도덕이나 이상보다 국가 권력과 국익 추구를 외교 목표로 정당화한다.
우선,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는 대외정책의 씨줄과 날줄이다. 역사는 대외정책이 이상과 현실의 갈등과 조화 속에서 수행됐으며 적절한 균형 여부에 성패가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은 ‘민족자결주의’로 상징되는 14개 평화 원칙을 발표해 식민지 국민에게 희망을 줬고 국제주의의 기초를 닦았다. 그러나 현실성을 결여한 정책은 국제연맹의 실패와 세계대전 발발로 이어졌다. 반면, 대표적 현실주의자인 헨리 키신저의 정책은 중남미에서 반미정서를 일으켜 국익에 손해를 끼쳤다.
균형의 기준은 실용이다. 외교 목적이 국익 증진에 있으므로 국익을 위한 실용외교는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무엇이 국익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익에는 유형적인 것 외에 이미지 개선이나 영향력 확대 등 무형적, 추상적인 것도 포함된다. 또한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결국 지도자의 냉철한 역사의식과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국내적 합의가 중요하다. 정부는 투명한 논의를 통해 국론이 합리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