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 들여 만들었다"…마곡에 생긴 80m 비밀통로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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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아의 걷다가 예술
안도 다다오 'LG아트센터 서울'
日 건축 거장이 설계한 대형 공연장 안
타원형 모양의 길이 80m 거대한 '튜브'
블랙홀에 빨려드는 듯한 신비한 공간
LG 디스커버리랩·서울식물원과 연결
예술·과학·자연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
안도 다다오 'LG아트센터 서울'
日 건축 거장이 설계한 대형 공연장 안
타원형 모양의 길이 80m 거대한 '튜브'
블랙홀에 빨려드는 듯한 신비한 공간
LG 디스커버리랩·서울식물원과 연결
예술·과학·자연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
2016년 서울 마곡동. 면적 1만㎡에 달하는 드넓은 벌판 위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건물도, 사람도 없는 '허허벌판'을 남자는 이곳저곳 다니며 한참을 살펴봤다. 그러면서 부지를 둘러싼 초록빛 자연, 그 속에 숨쉬고 있는 나무와 꽃을 눈에 담았다.
그로부터 6년 뒤, 남자가 다녀간 이곳엔 가로세로 100m 길이의 거대한 건물이 들어섰다. 통유리 창을 통해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과 나무로 만들어진 따뜻한 느낌의 실내. 바로 일본 건축의 거장 안도 다다오(82)가 만든 LG아트센터 서울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LG아트센터 서울은 '문화 불모지'였던 마곡에 들어선 첫 대형 공연장이다. LG연암문화재단이 거금 2500억원을 들여 '국내에서 가장 좋은 공연들을 올리겠다'는 야심을 담아 만들었다. 개관한 지 반 년밖에 안 지난 '신생 공연장'이지만,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 지역에서도 많은 관객이 찾을 만큼 인기가 좋다. 좋은 공연을 올리려면 공간부터 좋아야 하는 법. 고(故) 구본무 전 LG 회장이 직접 나서서 안도를 설계자로 낙점한 이유다. 안도는 일본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건축가다. 젊은 시절부터 전문적인 건축 교육을 받은 '엘리트 건축가'는 아니지만, 참신한 작품을 선보이며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교회 벽면을 십자가 모양으로 뚫어 그 틈으로 빛이 새어들어오게 한 오사카의 '빛의 교회', 잔잔하고 고요한 수면 위에 십자가를 띄운 홋카이도의 '물의 교회'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하지만 LG아트센터의 겉모습을 보면 세계적 거장이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단박에 들지는 않는다. 직사각형 모양의 건물 두 개가 붙어있는 모습은 어쩐지 단조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 진가는 건물 안에 들어가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 바로 지상에서 LG아트센터를 들어갈 때 거치는 길이 80m의 거대한 터널인 '튜브'다. 이 공간은 언뜻 보면 참 이상하게 생겼다. 타원형 모양의 튜브 안을 걷다 보면 사방이 막혀있는 거대한 미로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층고(13.8m)와 폭(8.4m)이 상당해서 우주 속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튜브는 안도가 LG아트센터를 설계할 때 가장 공들인 공간이다. 이유는 '연결성'에 있다. 튜브는 LG아트센터 내부의 공연장, 백스테이지 등을 이어줄 뿐 아니라, 아트센터 반대편에 있는 LG 연구·교육 기관인 LG디스커버리랩, 서울식물원과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을 한다. 튜브가 예술, 과학, 자연을 함께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튜브를 이루고 있는 소재도 의미가 깊다. 안도는 콘크리트로 이 튜브를 만들었지만, 최대한 나무의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 우선 튜브 바깥쪽을 만들 때는 콘크리트를 나무 거푸집에 담아 나무 질감이 잘 느껴지도록 했다. 안쪽에는 콘크리트 위에 나무를 얇게 깎은 무늬목 합판을 덧댔다.
그냥 콘크리트로 만드는 것보다 몇 배나 힘든데도 안도는 이 방식을 고집했다. 그에게 나무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소재라서다. 어린 시절 나무로 된 집에 살고, 학창 시절 목수 공방에서 시간을 보냈던 그에게 나무는 창작의 원천이었다. LG아트센터 역시 '건축은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야 한다'는 그의 신념에 따라 문명의 상징인 콘크리트와 자연의 상징인 나무를 한 공간에 조화롭게 녹인 것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그로부터 6년 뒤, 남자가 다녀간 이곳엔 가로세로 100m 길이의 거대한 건물이 들어섰다. 통유리 창을 통해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과 나무로 만들어진 따뜻한 느낌의 실내. 바로 일본 건축의 거장 안도 다다오(82)가 만든 LG아트센터 서울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LG아트센터 서울은 '문화 불모지'였던 마곡에 들어선 첫 대형 공연장이다. LG연암문화재단이 거금 2500억원을 들여 '국내에서 가장 좋은 공연들을 올리겠다'는 야심을 담아 만들었다. 개관한 지 반 년밖에 안 지난 '신생 공연장'이지만,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 지역에서도 많은 관객이 찾을 만큼 인기가 좋다. 좋은 공연을 올리려면 공간부터 좋아야 하는 법. 고(故) 구본무 전 LG 회장이 직접 나서서 안도를 설계자로 낙점한 이유다. 안도는 일본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건축가다. 젊은 시절부터 전문적인 건축 교육을 받은 '엘리트 건축가'는 아니지만, 참신한 작품을 선보이며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교회 벽면을 십자가 모양으로 뚫어 그 틈으로 빛이 새어들어오게 한 오사카의 '빛의 교회', 잔잔하고 고요한 수면 위에 십자가를 띄운 홋카이도의 '물의 교회'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하지만 LG아트센터의 겉모습을 보면 세계적 거장이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단박에 들지는 않는다. 직사각형 모양의 건물 두 개가 붙어있는 모습은 어쩐지 단조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 진가는 건물 안에 들어가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 바로 지상에서 LG아트센터를 들어갈 때 거치는 길이 80m의 거대한 터널인 '튜브'다. 이 공간은 언뜻 보면 참 이상하게 생겼다. 타원형 모양의 튜브 안을 걷다 보면 사방이 막혀있는 거대한 미로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층고(13.8m)와 폭(8.4m)이 상당해서 우주 속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튜브는 안도가 LG아트센터를 설계할 때 가장 공들인 공간이다. 이유는 '연결성'에 있다. 튜브는 LG아트센터 내부의 공연장, 백스테이지 등을 이어줄 뿐 아니라, 아트센터 반대편에 있는 LG 연구·교육 기관인 LG디스커버리랩, 서울식물원과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을 한다. 튜브가 예술, 과학, 자연을 함께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튜브를 이루고 있는 소재도 의미가 깊다. 안도는 콘크리트로 이 튜브를 만들었지만, 최대한 나무의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 우선 튜브 바깥쪽을 만들 때는 콘크리트를 나무 거푸집에 담아 나무 질감이 잘 느껴지도록 했다. 안쪽에는 콘크리트 위에 나무를 얇게 깎은 무늬목 합판을 덧댔다.
그냥 콘크리트로 만드는 것보다 몇 배나 힘든데도 안도는 이 방식을 고집했다. 그에게 나무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소재라서다. 어린 시절 나무로 된 집에 살고, 학창 시절 목수 공방에서 시간을 보냈던 그에게 나무는 창작의 원천이었다. LG아트센터 역시 '건축은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야 한다'는 그의 신념에 따라 문명의 상징인 콘크리트와 자연의 상징인 나무를 한 공간에 조화롭게 녹인 것이다.
꼭 미술관에 가야만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 출근길에 만나는 조형물, 업무차 들른 호텔에 걸린 그림, 아이 손을 잡고 찾은 백화점에 놓인 조각 중에는 유명 미술관의 한자리를 차지할 만큼 좋은 작품이 많습니다.
‘걷다가 예술’은 이렇게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을 찾아갑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연재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