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출근·퇴근·출근·퇴근…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입사 최종 합격 소식을 접한 첫 1주일, 오롯이 기쁘고 들떴다. 막상 입사일이 다가오자 마음이 점점 불편해졌다. 입사 1주일 전, 세 가지 타입의 노트북 중 원하는 것을 고르라는 메일을 받았다. 그때야 실감이 났다. ‘아, 이제 일하러 가는구나.’ 최신형 노트북 스펙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노트북으로 과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기분이었다. ‘아냐, 내가 뽑힌 데는 이유가 있겠지.’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던 그때, 나를 뽑아준 사람들을 믿기로 했다. 기업 면접위원은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할 것이다. 나를 알아봐준 분을 믿었기에 또 나를 믿었다.

평소 일어날 일 없던 캄캄한 1월의 새벽, 새로 산 슬랙스에 셔츠를 입고 첫 출근길을 나섰다. 눈을 반쯤 뜬 부모님이 마중을 나와 응원했다. 밖에 나오니 밤인지 새벽인지 분간이 안 됐다. 현실감 없이 환한 달을 보며 회사로 향했다. 처음 며칠은 별다른 일이 없었다. 하루 8시간 앉아서 숨만 쉬고 왔다. 감사하게도 선배들과 맛있는 밥도, 커피도 마시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웬걸, 퇴근할 때쯤이면 유튜브 볼 힘도 없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다가 멍 좀 때리다 보면 금방 잘 시간이 되었다. ‘무슨 일을 했다고 이렇게 피곤한 거야?’ 지쳐 쓰러진 내 모습이 당황스러웠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 속에서 승모근이 굳도록 긴장한 탓이었을까.

어느덧 한 달, 이제야 적응이 돼간다. 몇 시쯤 자야 피로가 풀리는지, 1주일에 헬스장을 몇 번을 가야 체력이 유지되는지, 점심에 어떤 메뉴를 먹어야 오후에 더부룩하지 않은지 등 나름의 생존 스킬을 터득했다. 조금 익숙해진 틈을 타 다른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출퇴근만 잘해도 괜찮은 걸까?’ 취업 전에는 하루 동안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이불 빨래를 돌리고,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고, 카페에서 영상을 편집하고, 헬스장에서 한 시간 이상 운동하고도 저녁에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일어나서 준비하고 출근한다. 퇴근하고선 다음 날 좋은 컨디션으로 출근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엥? 정신 차려보니 출근을 위한 시간, 회사에서의 시간으로 이분된 삶을 살고 있다.

운동하는 직장인, N잡러부터 갓생을 사는 게 직업인 동기부여 인플루언서까지 SNS는 ‘갓생러’로 가득하다. 나 또한 ‘갓생러’처럼 살았지만, 입사 이후 출퇴근만으로도 하루가 꽉 찬 삶을 살고 있다. SNS 속 빛나는 갓생러들, 응원한다. 이 세상에는 존중받아야 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존재한다. 갓생의 기준도 하나로 정할 수 없다. 오늘 하루도 평범한 하루처럼 보이겠지만, 충분히 잘 살았다고 칭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