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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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보다 비대면 진료 규제를 한층 강화한 법안을 20일 발의했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출신인 신 의원이 이 같은 법안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의협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 의원안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쟁점인 허용 환자 범위는 '재진'으로 한정하면서, 원격 진료실을 따로 갖춘 병원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이 추진되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환자와 병원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신 의원은 '비대면의료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환자를 1회 이상 대면해 진료한 경우에 한해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비대면 진료를 초진이 아닌 재진 환자에게만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신 의원안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비대면의료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의료기관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내용도 담았다. 또 '비대면 진료만 하는 의료기관은 운영이 불가하다'는 조항도 포함했다.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비대면의료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는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데이터 및 화상을 전송·수신할 수 있는 단말기, 서버, 정보통신망 등의 장비'는 물론 '원격진료실'까지 따로 갖춰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격진료실을 운영할 공간이 따로 없는 소형 의원은 비대면 진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안엔 '비대면의료를 하는 의사 등은 화상을 통해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도 명시됐다. 사실상 유·무선 전화가 아닌 '화상'으로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병원 의사가 재택 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진료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경DB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병원 의사가 재택 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진료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경DB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에서는 신 의원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된 3개 법안보다도 더 규제가 강화된 내용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허용 환자 범위를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로 규정해 재진에 한정한 것은 같다.

다만 최 의원안과 이 의원안은 격오지, 교정시설 수용자, 군인, 국외 거주 등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환자에 대해선 초진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여지를 뒀다. 신 의원안은 이러한 예외 조항도 없어 '재진 원칙'을 확고히 한 법안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종성 의원안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환자'에 대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언급해 허용 환자 확대 여지를 뒀다. 그러나 신 의원안은 이런 확대 해석의 가능성도 배제했다.

의사 출신인 신 의원이 규제를 대폭 강화한 법안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의사단체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의협 등은 비대면 진료에서 '재진 원칙' 등을 강조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 "젊은 기업을 죽이면 안 된다"며 비대면 진료 기업을 적극 옹호하던 신 의원이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 의원은 2021년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민간이 메우고 있다"며 "복지부가 닥터나우 등 청년이 개발한 플랫폼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