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2023년 3월 10일. 미국 은행 규모 16위인 실리콘밸리뱅크(Silicon Valley Bank, SVB)이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폐쇄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은행 파산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은행 주식들의 총 시가총액이 약 1000억 달러 이상 감소했으며, SVB의 뱅크런 이후 뉴욕 기반의 은행인 시그니처뱅크(Signature Bank) 또한 같은 이유로 폐쇄됐습니다.

또한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스테이블코인 $USDC의 발행사인 서클(Circle)이 SVB에 자금을 예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USDC도 $1와의 페깅(Pegging)이 깨지며 크립토 업계에도 큰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이를 고려해 본 글에서는 SVB 및 은행들이 파산한 주된 이유가 무엇인지, 왜 $USDC의 페깅이 깨졌는지, 이에 따른 앞으로의 스테이블코인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SVB 뱅크런과 은행의 구조

SVB의 파산의 주된 이유는 고객들의 대규모 인출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채권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때문입니다. 이를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은행 및 채권의 구조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은행의 수익 구조는 크게 이자 이익(Interest income)과 비이자 이익(Non-interest income)으로 구분됩니다. 이자 이익은 흔히 생각하는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과 예치된 자금을 채권 등에 투자해 나오는 이자수익으로 나뉘며, 비이자 이익은 신용카드 수수료, 외환 수수료 등으로 나뉘어집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은행 수익은 이자 이익에서 나오며, SVB 또한 약 70%의 수익이 이자 이익으로부터 나온 것을 아래 손익 계산서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SVB 10-K
사진=SVB 10-K
SVB는 고객의 예금을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해 이자를 얻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총 자산 2120억 달러 중 약 55%의 자산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 과정에서 SVB는 고객들의 인출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약 210억 달러의 보유 채권을 매각했습니다.
사진=SVB Mid-Quarter Update
사진=SVB Mid-Quarter Update

채권의 구조

SVB가 채권을 매각하면서 손해를 본 이유를 이해하려면 이자율과 채권 가격의 관계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채권의 가격과 이자율은 역의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i.e., 이자율이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하고, 이자율이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합니다). 이해를 위한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예시) 시장 금리가 2%일 때, A라는 사람이 1,000만원을 주고 4%의 이자를 주는 10년 만기 채권을 샀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9년 후, A가 돈이 필요해 채권을 매각하려는데, 이때 시장 금리가 10%로 올라가 1년 만기, 10%의 이자를 주는 신규 발행 채권이 1,000만원에 발행되고 있다면, 아무도 A의 채권을 1,000만원에 사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채권을 사면 1년 뒤 1000만원 원금과 100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A의 채권을 사면 1년 후 1000만원 원금과 40만원의 이자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A의 채권의 가격은 1000만원이 아닌 940만원 정도로 형성될 것입니다. 즉, 시장 금리가 올라갈수록 그 전에 발행된 낮은 이율을 주는 채권은 덜 매력적일 것이며, 그만큼 가격 할인이 이루어집니다. 또한, 예시에서는 남은 기간이 1년이었지만, 만기가 더 길어 더 많은 이자 지급 횟수가 남아있다면 A가 샀던 채권의 가격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입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투자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실제로 2021년 12월 FOMC에서 발표된 점도표를 보면, 2022년 금리 예상은 약 0.75%~1%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계속된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50bp, 75bp를 연달아 인상했으며, 결국 2022년 12월 미국 금리는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4.25%~4.5%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저금리 때 투자했던 채권들은 역사상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특히 장기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봤습니다.
사진=찰스슈왑
사진=찰스슈왑

SVB Case

SVB 뱅크런이 촉발된 계기는 SVB가 채권 매각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약 2250억 달러의 자본 조달에 나선다는 주주 서한입니다. 2023년 3월 8일에 발표된 SVB의 "Strategic Actions/Q1'23 Mid-Quarter Update"에 따르면, SVB는 2023년 1분기에 발생한 자금 인출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약 210억 달러의 채권을 팔았으며 그 결과 180억 달러의 손실을 공시했습니다.
사진=SVB Mid-Quarter Update
사진=SVB Mid-Quarter Update
*AFS는 Available-for-sale의 약자로, 은행이 보유 중인 채권은 1) 만기까지 들고 갈 Held-to-maturity(HTM) 채권과 2) 고객들의 인출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중간에 매각 가능한 AFS 채권으로 구분됩니다.

위 주주 서한이 나온 이후 SVB의 주식은 약 60%가 폭락했으며, Peter Thiel's Founders Fund, Coatue Management, Union Square Ventures를 비롯한 다수의 벤처 캐피탈 회사들이 스타트업들에게 SVB로부터 자금을 인출하라고 경고했습니다. 그 결과 목요일 하루에만 약 420억 달러가 인출됐으며, 결국 SVB는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파산 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정부의 대응

SVB 사태가 터진 직후 은행들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 연준은 3월 12일, Bank Term Funding Program(BTFP)을 조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은행 파산의 가장 큰 원인은 고객들의 대량 인출 요청으로 인해 은행들이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고 채권을 매각해야 했다는 사실이기 때문에, BTFP는 은행이 가진 미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해 '액면 가격 (발행될 때 채권의 금액란에 표시되는 금액)'으로 약 1년간 빌려줌으로써 은행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채권을 팔지 않고 고객들의 인출 요청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은행이 파산할 경우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라는 기관에서 한 은행 계좌당 최대 25만 달러까지 보호하지만, 연준에서는 이번 케이스에는 특별히 FDIC에서 SVB 예금 전액을 보증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진=뱅크 텀 펀딩 프로그램
사진=뱅크 텀 펀딩 프로그램

$USDC와 크립토 시장

SVB 사태가 터진 직후, 암호화폐 회사들은 SVB에 대한 자신들의 노출을 공유하기 시작했으며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USDC의 발행사인 Circle의 발표였습니다. Circle은 3월 11일 트위터를 통해 4350억 달러의 리저브 중 총 330억 달러가 SVB에 예치돼 있다고 발표했으며, Circle의 발표 직후부터 $USDC는 $1와의 페깅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트위터를 비롯한 많은 매체에서 $USDC의 적정한 가치에 대한 논의가 오고 갔으며, 330억 달러는 Circle Reserve의 약 7.5%이므로 $USDC는 $1의 7.5% 디스카운트를 받은 $0.92를 지지선으로 많은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Circle의 발표가 은행이 영업하지 않는 주말이었고 특히 루나 및 FTX 사태로 '크립토에선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라는 투자자들의 생각에 한때 $USDC는 $0.8까지도 급락했습니다. 그러나 연준의 예금 전액 보장 발표 이후, $USDC는 현재 $1에 근접해 거래되고 있습니다.
사진=코인겟코
사진=코인겟코
$USDC와는 별개로, SVB 사태의 전후로 일어난 실버게이트(Silvergate)와 Signature Bank의 영업 종료 소식 역시 암호화폐 유동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Silvergate와 Signature Bank 또한 SVB와 동일한 이유로 폐쇄됐으며, Silvergate와 Signature Bank는 대표적인 크립토 친화적인 은행으로 미국 달러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인프라 제공 업체였습니다. 특히, 실버게이트의 경우 Silvergate Exchange Network(SEN)이라는 결제 플랫폼을 사용해 기관, 거래소 간 원활한 달러 송금을 지원하며 전반적인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코인베이스(Coinbase), 서클(Circle), 팍소스(Paxos), 크립토닷컴(Crypto com) 등 다수의 유명한 크립토회사들에게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Silvergate와 Signature Bank의 파산은 기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당분간 크립토 시장의 유동성 저하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미래

이번 SVB 사태를 단순 크립토나 $USDC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테이블코인의 미래에 대해 아래와 같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USDT의 위상: $USDC는 지급 준비금에 대한 투명성을 앞세워 $USDT(테더의 스테이블코인)보다 안전하다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SVB 사태에서는 $USDC의 투명성이 디페깅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으며, 투자자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USDC의 위상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며 대규모의 자금이 $USDT로 몰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Tether(테더) 사의 지급 준비금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투자자들은 테더사의 오래된 역사와 루나 사태 때에도 성공적으로 2주간 100억 달러를 상환해준 것을 바탕으로 $USDT에 신뢰를 주고 있으며, 특히 메이저 중앙화 거래소에서 대부분의 파생상품의 거래가 $USDT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당분간은 시장에서 $USDT의 입지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의 등장: $BUSD(바이낸스의 스테이블코인)의 신규 발행이 중단되면서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대부분의 점유율은 $USDT와 $USDC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USDT와 $USDC 모두 잠재적인 위험성을 지니고 있어 현재 시장에서 높은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는 만큼, $TUSD와 같은 새로운 스테이블코인들이 대안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바이낸스(Binance)는 $BUSD의 발행 중단 이후 약 5000만 달러의 $TUSD(아치블록의 스테이블코인)를 발행하며 $TUSD의 점유율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단순 과담보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Arthur Hayes가 발표한 스테이블코인인 NakaDollar와 같은 새로운 구조를 가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시도들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스테이블코인즈
사진=스테이블코인즈
디파이에서의 스테이블코인: $USDC는 현재 이더리움 체인에서 가장 큰 스테이블 코인 도미넌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USDC를 quote currency로 사용하고 있으며, $USDC는 디파이 상품의 대표적인 기초 자산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USDC를 $1로 하드코딩해둔 곳이 많아 이번 $USDC의 디페깅 사태 때에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올바른 담보 평가를 못해 디파이 연쇄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했습니다. 실제로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인 $DAI의 담보 자산의 40%가 $USDC로 설정돼 있어 $USDC의 페깅이 깨지면서 $DAI의 가격도 $0.88까지 급락했습니다. 비록 이번 사태에서는 $USDC가 페깅을 회복하며 디파이에서의 연쇄 청산으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특정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론

고금리의 영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해야 합니다. SVB 사태는 급격한 금리 상승의 부작용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미국에서는 1년 전까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4.5%의 금리 인상이 이뤄졌습니다. 이로 인해 SVB뿐만 아니라 고금리로 인한 다양한 매크로적인 변수들이 생겨날 수 있으며, 특히 Silvergate, SVB, Signature Bank 이후 퍼스트 리퍼블릭(First Republic) 같은 은행들의 뱅크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SVB 사태가 앞으로 연준의 금리 정책이나 BTFP 같이 새로운 정책들로 인해 시장 유동성에도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높은 변동성에 주의하며 앞으로 나올 뉴스들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작성한 '스테이블 vs 토큰화된 예금'과 같이,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USDC도 디패깅 사태를 겪으며, 어떤 스테이블코인도 믿을 수 없다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강해졌습니다. 따라서 더 나은 스테이블코인을 찾기 위한 논의가 더 활발해질 예정이며, 크립토 업계 전반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모든 내용은 정보 전달 및 제공을 위해 작성되었으며, 투자 결정의 근거가 되거나 투자를 위한 권고 혹은 조언을 위함이 아닙니다. 본문의 내용은 투자, 법률, 세무 등 어떠한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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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토랩스는 2014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아시아 최대 퀀트 트레이딩 기업으로, 일일 거래대금 3조원(글로벌 5위권 규모) 규모의 거래량을 자랑한다. 전통 금융은 물론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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