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속 거래의 중심지인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또다시 ‘니켈 스캔들’이 일어났다. LME의 창고에서 니켈 대신 아무런 가치 없는 돌로 가득 차 있는 보관함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20일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LME의 네덜란드 로테르담 창고에서 돌만 들어 있는 보관함 수 개가 발견됐다. 로테르담 창고를 관리하는 회사인 액세스 월드에 따르면 문제의 보관함은 니켈 54톤(t)이 들어 있다는 전제 아래 작년 초 입고·보관돼 왔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이 보관함에는 시장 가치가 0인 돌만 있었다.

사라진 니켈의 양은 LME 재고의 0.14%, 시세로는 130만달러(약 17억원)다. LME 전체 니켈 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실제 니켈 시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진짜 문제는 LME의 신뢰 훼손이다. 세계 최대 금속 거래소라는 LME의 명성을 위협할 수도 있는 스캔들이라는 뜻이다.

존 맥나마라 카샬턴 커모더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LME의 창고에 금속이 보관돼 있다는 증서는 시장에서 일종의 금본위제 역할을 했다”며 “LME에서 큰 문제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LME는 자사의 창고에 입고된 금속에 대해 증서를 작성하고, 실제 거래가 이뤄진 금속을 창고에서 인출해 거래자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실제 업무는 창고 관리회사가 수행한다는 허점이 있다. 아직 이번 니켈 사고의 원인이 절도나 사기였는지, 단순 오류였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LME는 문제의 보관함 실제 무게가 예상 무게와 일치하지 않았다고 시인했고, 니켈 실제 재고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과거에도 니켈은 범죄의 표적이 돼 왔다. 지난 2월엔 원자재 회사 트라피구라 그룹이 사기를 당해 니켈을 분실, 수억 달러의 손해를 봤다고 발표했다. 2017년에도 프랑스와 호주 은행이 허위 니켈 보관 증서에 기반해 대출을 해줬다가 손실을 봤다.

LME와 니켈의 악연이 끈질기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3월엔 니켈 가격이 이상 급등하면서 LME가 니켈 거래를 일시 정지하고 이전 거래까지 취소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빚었다. 당시 원인은 중국 칭산그룹의 니켈 공매도였다.

LME의 니켈 선물(6월물) 가격은 지난 17일 t당 2만3364달러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 니켈 선물 가격 추이>
자료: 런던금속거래소(LME). *6월물 기준
<올해 들어 니켈 선물 가격 추이> 자료: 런던금속거래소(LME). *6월물 기준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