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간다면?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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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죄인 만들기
마크 갓시 지음
박경선 옮김|원더박스
420쪽 / 2만5000원
마크 갓시 지음
박경선 옮김|원더박스
420쪽 / 2만5000원
‘화성 연쇄 살인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여 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가 풀려난 건 진범 이춘재가 붙잡힌 2019년이었다. 법원은 지난해 “국가는 윤씨에게 18억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잃어버린 20년’이 돈으로 온전히 보상될 리 없다.
이처럼 ‘어느 날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간다면 어떨까?’ <죄 없는 죄인 만들기>를 쓴 마크 갓시 미국 신시내티대 법학 교수는 이렇게 묻는다.
저자는 미국 연방검사 재직 시절 죄 없는 사람들이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고, 믿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범죄에 맞서 싸운’ 검사로 지내다 형법 교수가 되면서 우연히 켄터키 이노센스 프로젝트라는 단체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게 됐다. 로스쿨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전국 단위의 조직망을 구축하고 잘못된 유죄 판결로 복역 중인 이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였다.
그동안 판결이 틀릴 리 없다고 확신해온 저자는 이노센스 프로젝트를 통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죄 없이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을. 이들을 돕기 위해 오하이오 이노센스 프로젝트를 설립했고 2022년 현재 39명을 감옥에서 꺼냈다.
책의 목차는 모두 ‘눈’과 연관돼 있다. 눈을 가리는 부정, 야심, 편향, 기억, 직관, 터널비전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죄 없는 죄인들을 만들어내는 사법 시스템의 잘못된 관행, 정치적 요인, 오판에 관여하는 인간의 심리 결함을 두루 다뤘다. 검찰, 경찰, 재판부, 변호인단 모두 증거와는 상관없이 저마다 자신의 최초 직감을 의심하고 싶지 않은 탓에 ‘터널 시야’에 갇혀 비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확증 편향, 기억의 오류 등 보편 심리의 문제점을 짚어냈다.
미국의 사건과 상황을 설명하지만, 읽다 보면 한국의 현실과 오버랩된다. 특히 강압적으로 수사가 이뤄지던 시기, 범죄를 입증할 과학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에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렸다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들이 떠오른다.
저자는 시스템 내부의 압력과 정치 논리에 따라 법이 움직이는 현실을 이같이 꼬집었다. “정말이지, 우리 형사사법 제도는 정의의 여신처럼 눈을 가린 채 정의를 실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불의에 눈감고 있다.”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
이처럼 ‘어느 날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간다면 어떨까?’ <죄 없는 죄인 만들기>를 쓴 마크 갓시 미국 신시내티대 법학 교수는 이렇게 묻는다.
저자는 미국 연방검사 재직 시절 죄 없는 사람들이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고, 믿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범죄에 맞서 싸운’ 검사로 지내다 형법 교수가 되면서 우연히 켄터키 이노센스 프로젝트라는 단체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게 됐다. 로스쿨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전국 단위의 조직망을 구축하고 잘못된 유죄 판결로 복역 중인 이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였다.
그동안 판결이 틀릴 리 없다고 확신해온 저자는 이노센스 프로젝트를 통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죄 없이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을. 이들을 돕기 위해 오하이오 이노센스 프로젝트를 설립했고 2022년 현재 39명을 감옥에서 꺼냈다.
책의 목차는 모두 ‘눈’과 연관돼 있다. 눈을 가리는 부정, 야심, 편향, 기억, 직관, 터널비전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죄 없는 죄인들을 만들어내는 사법 시스템의 잘못된 관행, 정치적 요인, 오판에 관여하는 인간의 심리 결함을 두루 다뤘다. 검찰, 경찰, 재판부, 변호인단 모두 증거와는 상관없이 저마다 자신의 최초 직감을 의심하고 싶지 않은 탓에 ‘터널 시야’에 갇혀 비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확증 편향, 기억의 오류 등 보편 심리의 문제점을 짚어냈다.
미국의 사건과 상황을 설명하지만, 읽다 보면 한국의 현실과 오버랩된다. 특히 강압적으로 수사가 이뤄지던 시기, 범죄를 입증할 과학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에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렸다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들이 떠오른다.
저자는 시스템 내부의 압력과 정치 논리에 따라 법이 움직이는 현실을 이같이 꼬집었다. “정말이지, 우리 형사사법 제도는 정의의 여신처럼 눈을 가린 채 정의를 실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불의에 눈감고 있다.”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