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캐시카우'인 클라우드 사업부를 포함해 9000여명을 추가로 정리해고 한다. 지난해 말 1만8000명을 대규모 정리해고 한 데 이어 비용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비상 경영에 나선 모습이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성명을 통해 "현재의 불확실한 경제와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비용을 절감하고 직원 수를 줄이기로 결정했다"며 9000명 이상의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1만8000명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소매판매, 장비, 인사 부문이 직원들에 집중됐던 지난 정리해고는 올 1월까지 이어졌다.

이번 9000여명의 정리해고는 수익성이 좋은 사업부에서도 진행된다는 게 특징이다. 아마존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클라우드컴퓨팅을 비롯해 최근 글로벌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광고 사업부가 포함됐다. 이와 함께 인사,라이브스트리밍 등의 사업부에서도 이뤄진다. 재시 CEO는 "일부 팀에서 정리해고를 위한 평가를 완료하지 못해 발표가 늦어졌다"며 "다음달 중순부터 말까지 정리해고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주가는 정리해고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날 정규장에서 1.25% 하락한 97.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아마존은 내부적으로 'OP2'라고 지칭하는 연간 예산계획 수립의 두 번째 과정을 최근 마무리했다. 재시 CEO는 "올해 연간 계획의 최우선 원칙은 장기고객 경험을 위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더 간결하게 접근하는 것"이라며 효율성을 강조했다. 아마존은 경기침체와 핵심사업인 소매부의 성장 둔화를 감안해 회사 전체의 비용을 광범위하게 검토하고 있다. 재시 CEO는 "회사를 더 간결하게 운영하는 게 목표지만 가장 큰 사업인 소매 부문과 클라우드 부문을 비롯해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신사업 부문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사람들이 쇼핑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고용과 시설 투자를 늘려왔다. 글로벌 인력은 2019년말 79만8000명에서 2년 뒤 2021년말 160만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팬데믹이 끝나고 사람들이 오프라인 쇼핑으로 돌아간 뒤 수익성 악화로 되돌아왔다. 이에 채용 동결에 이어 두 차례의 대규모 정리해고로 비용절감에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아마존은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도 펴고 있다. 전체 임금 가운데 주식 비중이 높은 현재의 임금 계약 체계를 조정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아마존 주가가 약세를 겪으면서 아마존 임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임금이 줄어들게돼 퇴사를 고려하게 됐다. 또 최근에는 재택근무를 마치고 다음달부터는 회사로 출근하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현재의 재택근무 형태를 선호한다.

아마존은 이밖에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중지하거나 취소했다. 이달 초 워싱턴DC 인근에 짓고 있던 제2 본사 프로젝트를 일시 중단했다. 시애틀,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에 있는 자동으로 계산되는 무인 편의점 8곳을 다음달부터 폐쇄한다. 지난해는 오프라인 서점의 문을 다 닫았다.

앞서 메타도 페이스북을 포함해 앞으로 몇 달 동안 1만개의 일자리를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메타는 지난해 1만1000명을 정리해고 한 뒤 이번에 추가로 감원에 나섰다. 레이오프에프와이아이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테크회사의 정리해고는 약 30만여개에 달한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