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가 의사의 고유업무로 여겨져온 환자 진료 기록까지도 작성하는 시대가 열렸다. 의사들이 진료 기록 작성에 쓰는 시간을 절약해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음성인식 자회사인 뉘앙스커뮤니케이션은 20일(현지시간)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할 때 나눈 대화를 AI 음성인식 기능으로 분석해 진료 기록 초안을 작성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인 DAX(드래곤 앰비언트 익스피어리언스) 익스프레스를 공개했다. DAX익스프레스는 오픈AI의 최신 대규모언어모델인 GPT-4와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에서 통찰력을 발휘하는 앰비언트 AI를 결합했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한 뒤 몇 초 안에 진료 기록 초안을 생성한다. 의사가 이 초안을 검토해 환자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의사는 모든 단계에서 기록을 편집하고 환자의 전자 건강기록에 입력되기 전 최종 서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DAX익스프레스는 뉘앙스의 기존 서비스와 결합해 완성도를 높일 전망이다. 현재 약 55만명의 의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드래곤메디컬원'이라는 클라우드 기반 음성인식 작업 플랫폼에 적용된다. DAX익스프레스를 통해 생성된 진료 기록 드래곤메디컬원의 데스크톱에 나타나게 된다.

DAX익스프레스는 앞서 2020년 뉘앙스가 내놨던 DAX 앱을 고도화한 제품이다. 의사와 환자가 진료 과정에서 나눈 대화를 진료 기록으로 변환하고, 의사의 검토 과정을 거쳐 품질을 높였다. 최종 진료 기록이 뜨는 데는 약 4시간이 걸렸다. 이번 익스프레스는 이 과정을 몇 초 가량으로 단축했다.

뉘앙스 의료부분을 맡고 있는 다이애나 놀 부사장은 "의사들이 진료 과정에서 인지 부담을 줄이고 관리작업에 소비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의사들이 더 많은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기쁨을 누리길 원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1년 뉘앙스를 160억달러에 인수했다. 병원 방문 진료, 고객 서비스 통화, 보이스메일 등에서 음성을 인식하고 이를 문자화하는 앱으로 돈을 벌고 있다.

뉘앙스는 DAX익스프레스의 이용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사용자 수와 의료기관의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올 여름 비공개 미리보기 형태로 처음 제공할 예정이다. 첫 사용 이후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해 서비스 확대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뉘앙스는 이 앱으로 의사와 환자 모두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놀 부사장은 "의사와 환자가 서로 마주보고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며 "환자는 자신의 말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면서 신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