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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따라잡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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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투자자들에게 현재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당분간 인내를 하다 보면 새로운 매수 기회가 찾아 올 것이란 주장이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투자전략최고책임자(CIO)는 "주식시장의 관점에서 지난 한 주간의 사건은 경제 전반으로 자금에 대한 접근성이 감소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결국 시장 참여자들이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밝혔다. 이 같은 인식이 확산될 경우 몇 달 후 실질적인 매수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윌슨 CIO는 SVB 사태 등과 관련해 "은행이 고객 예금에 대해 감수하고 있던 금리 위험과 연준이 작년에 금리를 5% 포인트 인상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준과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시행하는 무보험 예금에 대한 지급보증은 추가적인 대규모 뱅크런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은행 업계 전반의 이미 엄격한 대출 기준이 더 엄격해지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다.

사태 이후 요동친 채권 시장에 대해선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60bp나 많이 하락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채권 시장에서 경기침체 위험이 더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일반적으로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시작된다는 신호이지만, 실제 위험은 단기금리의 하락이 더 심할 때 시작된다"고 했다.

채권시장의 움직임과 성장 둔화 우려에도 주식시장이 상승한 것은 "미 연준과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예금 지급보증이 일종의 양적완화이며 증시 상승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커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윌슨 CIO는 "지난주 연준의 대차대조표 보유액이 3000억 달러 증가한 것은 은행 시스템에 다시 유동성을 주입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하루나 몇 주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경제나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새로운 자금을 창출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매입이 아닌 대출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고 봤다. "은행이 연준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 부채가 커지면서 레버리지 비율이 구속을 받게 된다"며 "연준이 증권을 완전히 매입하면 해당 증권의 매도자는 더 많은 대차대조표상의 여유를 갖게 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주 수요일부터 연준은 예금기관에 전주보다 3000억 달러를 더 대출을 했다"며 "이 중 절반은 할인 창구를 통한 1차 신용으로, 일시적인 차입으로 간주되어 경제에 새로운 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절반은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부실 은행을 위해 만든 브릿지론이었는데 이러한 준비금이 일반적으로 은행 예금처럼 경제에 투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대신 은행 시스템의 전반적인 통화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특히 이러한 자금의 일시적인 비상 특성을 고려할 때 준비금의 증가를 상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주식 시장에 대해선 "금리가 하락하면 주식이 하락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이는 작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주식이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한 연준의 반응, 금리 상승에 대해 더 많이 걱정했던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신 이제 주식의 방향은 성장에 관한 것이며 당사의 실적 전망치가 15~20% 과대 계상되었다는 믿음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