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은행권의 위기가 다소 진정되며 반등했다. UBS의 크레디스위스(CS) 인수로 유럽 은행 위기가 한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에 위험 선호 심리가 되살아났다. 하지만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반등폭은 크지 않았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90센트(1.35%) 오른 배럴당 67.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지난주에만 13% 하락,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유가 반등…은행위기 진정→위험 선호↑[오늘의 유가 동향]
국제 유가 시장은 은행권 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라이스 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관심이 수요와 공급 등 펀더멘털보다는 온통 금융 리스크에 쏠려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우려가 확산하자 경기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로비 프레이저 매니저는 "금융 위기에 대한 공포가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를 낮추기 시작해 원유 시장이 수요 둔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레이저 매니저는 "원유 수요는 경제 성장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므로 경제 흐름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초에 나타난 재고 동향에서 알 수 있듯이 원유 시장이 공급 과잉 쪽으로 치우친 점도 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불확실성도 커졌다. 현재 Fed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히다. 지난 16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금융 불안에도 금리를 50bp 인상했음을 감안할 때 Fed가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억제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이다. 중앙은행들의 계속되는 금리 인상은 경기에 추가적인 압박이 될 전망이다.

ING의 원자재 애널리스트들은 "금융시장에 광범위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FOMC 회의로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태"라며 "이번 주에도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8일 유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브렌트유 기준으로 12개월 전망치를 배럴당 100달러에서 94달러로 내렸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17일 모두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