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영사관 경내에 깃발 세우고 건물 훼손…인도 정부, 미국에 항의
'독립 요구' 시크교도, 런던 이어 샌프란 印공관에도 난입·소요
인도계 시크교도 분리주의자들이 영국 런던의 인도대사관에 이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인도영사관에도 난입, 소요를 일으켰다.

21일(현지시간) 더힌두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급진 시크교도 수백명은 지난 19일 오후 인도로부터의 독립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샌프란시스코 인도영사관으로 난입했다.

보안 장애물을 부수고 영사관 경내로 들어선 이들은 '칼리스탄' 깃발도 설치했다.

칼리스탄은 펀자브어로 '순수의 땅'을 의미하며 시크교도 급진주의자들은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을 중심으로 인도와 분리된 독립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영사관 직원이 이 깃발을 제거하자 시크교도들은 쇠막대기 등을 휘두르며 건물 출입문과 유리를 파손했고 벽에 스프레이로 슬로건을 남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영사관 직원 몇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크교도들은 전날에도 영사관 앞에 모여 다시 시위를 벌였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도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인도 주재 미국 대사대리와 면담을 갖고 인도 영사관 건물 파손 등 미국 당국의 치안 관리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독립 요구' 시크교도, 런던 이어 샌프란 印공관에도 난입·소요
이에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전날 "그러한 공공기물 파손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며 이번 소요를 비난했다.

그는 국무부의 외교 보안팀이 적절한 조사와 피해 복구 등을 위해 지역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크교도 분리주의자들은 지난 19일 오전에도 런던 인도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대사관 발코니로 진입, 인도 국기를 끌어내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인도 정부는 같은 날 오후 크리스티나 스콧 인도 주재 영국 부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힌두교와 이슬람교 신앙이 융합된 시크교는 전 세계적으로 약 3천만명의 교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구루 나나크가 교조이며 개인적 수양을 통한 해탈을 추구한다.

이들은 인도 경제·국방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왔지만 1947년 인도 독립 시기부터 별도 국가 건설을 염원했다.

독립운동 움직임은 1990년대 이후 둔화했다가 최근 일부 극단주의자를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지난달에는 시크교 급진주의 지도자인 암리트팔 싱과 그의 추종자들이 총과 칼로 무장하고 펀자브주의 경찰서를 습격하기도 했다.

이에 인도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싱을 체포하기 위해 대규모 검거 작전을 펼치고 있다.

당국은 작전 과정에서 펀자브주의 인터넷과 모바일망도 끊은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