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상장지수펀드(ETF) 보수를 파격적으로 인하하고 나섰다. ‘국내 최저’를 뛰어넘어 ‘세계 최저’ 보수 상품까지 내놓고 있다. 펀드 운용, 판매, 수탁 등의 대가로 떼어가는 수수료를 최소화해 상품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국내 ETF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맞서기 위해 후발 자산운용사들이 보수 인하 경쟁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국내 최저 넘어 세계 최저로”

"세계 최저"…불붙은 ETF 수수료 인하 경쟁
KB자산운용은 21일 상장한 ‘KBSTAR 미국S&P500(H)’의 총보수를 연 0.021%로 매겼다. 미국 S&P500지수를 추종하는 환헤지형 ETF 가운데 세계 최저 수준이다. KB자산운용은 이 상품을 포함해 코스피200, 나스닥100, 유로스톡스50 등 대표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 6종에 세계 최저 보수를 적용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2025년까지 ETF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달 선보인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H)’ 보수는 0.25%다. 세계 미국채 30년 레버리지 ETF 상품 중 가장 낮다. 지난 14일 출시한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보수는 0.05%. 상품 구조가 거의 같은 미국 ETF(종목코드 TLT, 보수 0.15%)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운용사는 자신들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상품군에 저가 공세를 집중하는 분위기다. 신한자산운용은 이날 상장한 ‘SOL 미국배당다우존스(H)’의 보수를 국내 월배당형 ETF 중 가장 낮은 0.05%로 책정했다. 지난해 환노출형으로 먼저 내놓은 ‘SOL 미국배당다우존스’도 0.05% 보수를 받는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월배당형 ETF를 내놓은 만큼 선도 업체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내리자 수천억원 유입

"세계 최저"…불붙은 ETF 수수료 인하 경쟁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ETF일수록 어떤 회사 상품을 고르든 수익률에 사실상 차이가 없다. 보수가 소비자를 붙잡을 거의 유일한 ‘매력 포인트’가 된다.

최저 보수 전략은 투자자 유입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15일 채권 ETF ‘KBSTAR KIS종합채권(A-이상)액티브’의 총보수를 0.05%에서 0.012%로 내렸다. 국내 600여 개 ETF 중 가장 저렴하다. 이후 한 달 동안 2000억원 넘는 자금이 들어와 순자산 1조원을 돌파했다.

1위 업체라고 모든 상품 보수를 비싸게 받는 건 아니다. 삼성자산운용은 S&P500과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TR(토털리턴·배당금을 재투자하는 방식) ETF 보수를 국내 최저인 0.05%로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TF의 평균 총보수는 2018년 말 0.605%에서 해마다 하락해 올 2월 말 0.429%까지 낮아졌다. 소비자의 실제 부담은 업체들이 홍보하는 ‘총보수’ 외에 ‘기타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국내 ETF의 기타비용은 평균 0.03% 선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보수는 이미 떨어질 만큼 떨어진 상태”라며 “단순한 지수 ETF보다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참신한 테마 ETF를 다양하게 발굴하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