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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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상승했다. 글로벌 은행 위기가 진정세를 보이면서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1.69달러(2.50%) 상승한 배럴당 69.33달러를 기록했다. 다음달부터 근월물이 되는 WTI 5월물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85달러(2.7%) 오른 배럴당 69.67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 14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WTI는 이틀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브렌트유도 덩달아 뛰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1.53달러(2.07%)상승한 75.3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도 지난 1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이틀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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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위기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유가가 뛰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와드 라자크자다 씨티인덱스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주말 동안 UBS가 크레디스위스(CS)를 인수한 이후 위험선호 심리가 개선됐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지역 은행들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지만 정부가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시장의 우려가 크게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국은행협회(ABA) 행사를 위해 준비한 연설에서 "상황이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있고 미국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건전하다"면서도 "만약 작은 은행들이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을 겪게 되고 이것이 전염된다면 추가 구조 조치가 반드시 취해질 것"이라고 했다.

옐런 장관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은행의 예금 보호 한도를 늘리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미국 예금의 법적 보호한도는 1인당 25만달러다. 앞서 미 연방정부는 SVB와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한 뒤 이례적으로 두 은행에 예치된 예금 모두를 보장해주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옐런 장관의 발언으로 이날 뉴욕 증시에서 중소형 은행주들이 뛰었다. 위기설에 휩싸였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한 때 전장 대비 36% 급등해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러시아가 감산 조치를 6월까지 유지하기로 한 소식도 유가를 밀어 올렸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하루 50만 배럴씩 석유 생산을 줄이기로 한 결정은 2023년 6월 말까지 유효하다"라며 "이는 현재 시장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서방이 자국산 석유제품에 가격상한제를 시행하자 3월부터 하루에 50만 배럴씩 석유 생산을 줄였다.

라자크자다 애널리스트는 "러시아가 6월까지 감축한 생산량을 유지할 것이라는 소식과 시장의 우려가 줄어든 점은 유가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