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따라잡기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DRBS모닝스타가 실리콘밸리은행(SVB)와 시그니처뱅크 파산을 비롯한 은행권의 위기가 미국 경기 침체를 앞당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연방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실패에 공격적으로 대응해 위기의 전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은행 시스템과 기업 부문에 스트레스가 가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DRBS모니스타의 글로벌 국가신용평가 공동대표인 토마스 R. 토르거슨과 수석부사장인 미셸 헤이트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의 경기 침체는 분명한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은행권의 위기가 미국의 전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예고된 침체의 진행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성장 전망이 미약한 배경으로는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꼽혔다. 토르거슨·헤이트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의 영향이 실물 경제로 전이되면서 향후 2~3개 분기 동안 미국 경제는 정지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들은 노동시장 여건이 타이트하고 가계 재정상황이 일반적으로 양호하지만,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던 소비자 연체율이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소비자들이 지출하는 데 있어 더 분별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도산이 잇따르는 은행권에서는 고위험 차주와 저위험 자주를 더 구분하고, 기업 대출 부문의 스트레스가 가중되며, 투자 전망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DRBS모닝스타는 분석했다.

토르거슨·헤이트는 “같은 맥락에서 노동시장에서는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재조정돼 잠재적으로 소비자 지출의 둔화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DRBS모닝스타는 아직까지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기에 은행권 위기의 전체 영향을 분석하기는 이르다며 상황이 바뀔 여지를 남겨뒀다. 그러면서 향후 몇 주 동안 신용조건의 변화를 살펴 신용 여건이 실질적·지속적으로, 또 광범위하게 긴축된다면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치를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금융당국은 은행권 위기가 다른 부문으로 전염되는 걸 막기 위해 공격적인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모든 예금자가 완전하게 예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호하겠다고 발표하는 한편, 은행이 최장 1년 동안 대출받을 수 있도록 담보를 받아주는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를 신설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