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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증시, 주사 맞는 게 무서워 병(불확실성) 키우는 중
급격한 조정, 투자 기회 제공…지금은 투자 멈출 때
미 Fed 입장에 달린 금값…가격 조정 받을 듯
[마켓PRO] 애널리스트도 투자 멈추라는데…"급격한 증시 조정이 차라리 좋아"
"애널리스트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지금의 시장에선 살 게 없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 따른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는 UBS의 인수로 일단 봉합됐으나,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습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문제들을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으나 금융위기라는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어차피 맞을 매를 미루지 않고 지금 맞는 것도 나름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 증권사의 자산 배분 전략을 담당하는 A연구위원은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으로 접근하면 모를까, 주식이나 채권시장에서 재미를 보긴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차라리 투자를 멈추고, 현금을 쥐고 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마저도 지금은 투자를 멈춰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최근 주식시장 상황별 시나리오를 철저히 분석하고 있으나, 올해 자산시장이 암울할 것이란 결론은 변화가 없다. 주식과 채권시장은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SVB 파산 사태 등과 같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주식시장에선 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금융 시스템 리스크 불안감이 커졌다. 향후 미국 중앙은행(Fed) 금리 인상 전망 시나리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달 초 한 번에 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과 베이비스텝(25bp)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으나 지금은 25bp 인상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 Fed의 금리 인상 부담이 커졌다고 본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연구위원은 작년 영국에서 금리 쇼크가 일어난 데 이어 올해 SVB 파산, CS 유동성 위기까지 불거진 것을 두고 작년 가파르게 올린 금리 인상 문제가 하나씩 불거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당장 올해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언젠간 금융위기급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글로벌 증시에 악영향을 주는 파산이나 부실 등의 문제는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증시 전반의 상황이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개별 호재에 따른 개별주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한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매크로 환경과 별개로 우상향하는 종목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차라리 투자를 멈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A연구위원은 증시가 큰 조정을 겪어야 회복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말한다. 가파른 금리 인상 등으로 불거진 부실 문제는 시장이 피하기 힘든 악재라는 이유에서다. 지금 현 주식시장 상황을 주사(악재 반영) 맞는 게 무서워 병(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CS사태가 조기 진화되지 않고, 시스템 문제로 불거졌다면 차라리 불확실성은 사라졌을 것"이라면서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불거진 문제들은 결국 터지게 돼 있는데, 미국 은행 파산 등 한쪽 문제를 틀어막게 되면 다른 곳(유럽이나 신흥국)에서 더 큰 부실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연구위원은 차라리 증시에 악재가 반영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장기적으로 더 우호적인 투자 환경(급락장 이후 회복)이 조성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또 안전자산인 금 투자와 관련해선 향후 제롬 파월 미 Fed 의장 발언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봤다. 만약 미 Fed가 금리 인상 기조를 완화하는 신호를 보일 경우 금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으나, 지금처럼 강력한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면 금값은 조정받을 것으로 봤다.

A연구위원은 파월 의장이 당분간 지금과 같은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시장에서 보는 파월 의장은 문제를 두고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아니라고 판단하는데,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시급한 문제만 없다면 향후 현 상태(금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