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제외한 부문은 예상보다 회복이 더디다. 이런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지난 16일 크리스토퍼 푸케 ASML 최고경영자)“AI 탑재 기기 개발로 PC·모바일용 반도체 시장도 회복 국면에 들어갔다. AI 시대는 이제 시작.” (17일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이틀 새 나온 글로벌 반도체기업 수장들의 상반된 업황 전망이다. 반도체산업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두 최고경영자(CEO)가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인 건 갈수록 짙어지는 반도체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여파다. 주력 사업이 AI 반도체인지, AI 가속기(데이터 학습·추론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 1위 업체 엔비디아 공급망에 합류했는지, 고객사 맞춤형 사업 구조를 잘 짰는지 여부에 따라 새로운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고 있다.○반도체 분업화 가속AI 시대 글로벌 반도체산업의 메가 트렌드는 사업별 ‘특화’와 기업 간 ‘분업화’로 요약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이종(異種) 최첨단 반도체를 패키징해 만드는 ‘AI 시대의 필수재’ AI 가속기의 영향이 크다. 구글 등 고객사 입맛에 맞는 고성능 AI 가속기를 개발하기 위해선 각 부품 역시 최고 품질을 갖춰야 한다. AI 가속기를 설계하고 판매하는 1위 업체 엔비디아로선 엄격한 품질 인증(퀄리파이 테스트) 과정을 통과한 소수 협력사에 주문을 몰아줄 수밖에 없다. 이렇게 탄생한 게 ‘팀 엔비디아’로 불리는 AI 가속기 동맹이다. 최첨단 HBM 세계 1위 SK하이닉스(2024년 점유율 53%), 엔비디아가 설계한 GPU를 만들고 HBM과 묶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2분기 점유율 62.3%)가 팀 엔비디아의 멤버다. 이들은 엔비디아의 A100, H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