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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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전방위 가격 인하 효과가 글로벌 판매 증가로 나타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시장 공략에 ‘비상등’이 켜졌다. 여기에 폭스바겐 등 기존 경쟁자들의 가격 인하와 신모델 투입 또한 속도를 내면서 향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가 녹록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달 유럽 판매량은 1만9249대로 전년 동월보다 49.7% 급증했다. 반면 현대차·기아의 같은 달 합산 전기차 판매는 9315대로 2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전체 전기차 시장이 33.6% 증가한 상황이어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 감소가 두드러졌다. 전기차 부진 탓에 현대차그룹의 2월 전체 유럽 시장(EU 기준) 점유율도 전년 동월 9.3%에서 8.4%로 내려갔다.

테슬라 가격인하 공세…현대차 유럽 전기차 판매 '뚝'
두 회사의 성적이 갈린 직접적 원인은 테슬라의 가격 인하라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최근 미국·중국을 비롯해 유럽에서도 주요 모델 가격을 7%가량 인하했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테슬라가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를 깎아먹은 모양새다. 지난달 전기차 판매를 18% 늘린 폭스바겐도 이달 말부터 주력 전기차인 ID.3 신형 모델을 3000유로(약 420만원) 인하할 것이라고 발표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과 미국에서도 테슬라와 현대차그룹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달 중국에서도 가격 인하에 힘입어 전월보다 26.4% 증가한 3만3923대(내수 기준)를 판매했다. 기아가 하반기 EV5를 현지에서 출시하는 등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BYD·폴스타 등 다른 전기차 업체들도 테슬라를 따라 가격을 내리고 있어 경쟁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미국에선 ‘보조금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지난해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내년 하반기 조지아 전기차 신공장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세액공제(최대 7500달러)를 받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도 테슬라와 포드가 가격을 내렸다. 지난달 미국에서 현대차·기아 전기차 판매량은 5091대로 전년 동월 대비 14.1%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테슬라와의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라며 “테슬라 이외 경쟁자들도 가격을 내리고 차종을 다변화하면서 진검승부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