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을 지역별로 다르게 매길 수 있도록 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 제정안이 23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전력 생산량이나 송·배전 인프라에 따라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등화하는 법안이다. 발전소가 적은 수도권과 송·배전망이 잘 갖춰지지 않은 도서산간 지역의 전기요금이 오를 전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분산에너지법 등 7개 법안을 의결했다. 분산에너지법은 원거리에 있는 대규모 발전소 대신 전력을 소비하는 지역 인근 발전소를 중심으로 지역 내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하는 내용이다. 분산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등의 내용과 함께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달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법안에 반영된 지역별 요금 차등 조항은 발전소로부터의 거리가 짧고 송·배전망이 잘 갖춰진 지역일수록 전기요금을 낮게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각종 규제 등으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발전소 인근 지역에 혜택을 주고, 송·배전 과정에서의 전력 손실을 줄이도록 관련 인프라 확충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법안을 발의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이 시행되면 원자력 화력 수력 등 발전소가 밀집한 전남이나 충남·북, 부산 등의 전기요금은 낮아지고 서울 등은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등요금제가 현실화하면 송·배전 인프라가 뒤떨어진 도서산간과 농어촌 지역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발전소 인근 지역에 요금혜택을 주는 것은 중복 지원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미 발전소가 있는 지역에는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종 지원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분산에너지법이 근거 조항을 담은 수준이어서 차등요금 제도가 실제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전기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도서산간 지역이 소외되지 않으면서도 법안의 취지를 잘 살릴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