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물 고갈시키는 흡혈귀"…유엔, 46년만에 첫 '물 회의'
유엔이 46년 만에 처음으로 '물 지키기' 회의를 열고 인류의 공동 자산인 물을 보다 잘 관리하기 위한 범세계적 노력을 촉구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사흘 일정으로 '2023 유엔 물 회의'가 개막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는 흡혈귀 같은 과소비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이용, 지구온난화로 인한 증발로 인류의 생명혈을 고갈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귀중한 자원을 보호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세계 각국에 이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주변국과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은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안전하지 않은 식수원에 의존하고 있으며 기본적인 위생조차 결여된 경우가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아울러 최근 각지를 덮친 재해들의 거의 4분의 3가량이 물과 관련된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2015년 파리 기후회의처럼 참여국 간에 구속력 있는 합의를 내놓는 것을 목표로 소집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 세계의 생명혈에 합당한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대담한 '물 행동 의제(Water Action Agenda)'를 내놓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의제가 정부와 산업계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고 수자원을 더 잘 관리하기 위한 '정치적 추진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깨끗한 식수와 위생시설 접근은 유엔이 설정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17개 목표 중 하나다.

이번 회의에서 세계 물 경제 위원회(Global Commission on the Economics of Water) 소속 전문가 그룹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7천억 달러(약 914조원) 상당의 농업과 물 관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물 부족은 관한 국제조약이나 전담 유엔 기구가 없는 탓에 국제사회에서 관련 논의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유엔에서 이와 관련해 고위급 회담이 열린 것은 1997년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 회의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