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왼쪽)와 함께 지난 18~19일 핵반격가상종합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왼쪽)와 함께 지난 18~19일 핵반격가상종합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다음날인 23일 관련 보도를 내지 않아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지난 22일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수 발 쏜 데 대해 아무런 보도를 하지 않았다. 통신은 한·미연합훈련을 "핵선제공격을 기정사실화한 침략전쟁연습"이라고 비판하며 청년학생들의 집회·합창행진 등을 전했을 뿐 무기 실험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합참은 22일 "군은 오늘 10시15분경부터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발사한 순항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공지했다.

북한이 무력도발 다음날 관련 보도를 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그간 북한이 도발하면 군 당국이 분석해 공지하고, 다음날 북한 매체가 보도하는 양상이 반복돼왔기 떄문이다.

이달 들어 근거리탄도미사일(CRBM·9일) 6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BM·12일) 2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14일) 2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16일) 1발, 단거리탄도미사일 1발(19일) 등 5차례 도발 때도 이러한 패턴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북한의 실험무기 제원과 군의 탐지 여부를 둘러싼 양 측의 신경전도 자주 벌어졌다. 지난 20일에는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두고 합참은 '동해상에 탄착됐다'고 공지했지만 다음날 북한은 '공중폭파'했다고 발표해 우리 군의 탐지자산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불거졌다.

북한이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를 보도하지 않는 이유는 특별히 강조할 군사적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만약 전략순항미사일을 지대함용으로 개량한 것이라면 시험발사였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오늘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에도 보도가 나왔을 것"이라며 "전략순항미사일이라기 보다는 미국 해상세력의 한반도 전개에 맞대응 차원에서 지대함순항미사일을 쏘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여러 종류의 무기를 실험한 뒤 한꺼번에 보도한 전례가 있는 만큼 추가 도발 이후 묶어서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해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여러 번에 걸쳐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10월 10일 '전술핵 운용부대들의 발사훈련'이었다며 일괄 공개한 바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