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곡물 비축량이 감소하면서 밀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은 전날보다 0.3% 상승한 부셸당 6.655달러에 거래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상승한 밀 가격은 다시 하락하기 시작해 올해 들어 이날까지 14.18% 떨어졌다.
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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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가 국제 밀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밀의 주요 산지인 우크라이나의 밀 비축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캐터린 라비첸코 우크라이나 농업클럽 부회장은 "현재는 중요한 상황"이라며 "주요 질문은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밀 대부분은 러시아의 침공 이전에 심겨 있어 생산에 큰 문제가 없었고 지난해 작황도 좋아 물량이 부족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비축량은 그 이후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비축량은 줄어들었고 밀과 같은 겨울 작물의 재배가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주요 곡물을 재배하는 전체 토지 면적은 여전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미콜라 솔스키 우크라이나 농업부 장관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올해 우크라이나의 옥수수, 밀 등 곡물 수확량이 작년보다 최대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솔스키 장관은 기상 이변이 없는 한 농부들의 작물 전환 영향으로 올해 옥수수, 밀 등 곡물 생산량은 작년보다 10∼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곡물 생산량/사진=블룸버그
우크라이나 곡물 생산량/사진=블룸버그
물류 이동 속도가 느린 점도 밀 가격을 올린다는 분석이다. 앤드리 노보셀로브 발바인베스트 수석애널리스트는 "느린 물류가 농부들에게 장애물"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출한다. 블룸버그는 "흑해를 통해 수출되는 선박은 검사에 최대 몇주가 소요된다"고 했다.

흑해를 통한 수출에 불확실성도 커졌다. 지난 17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허용하는 협정을 기존 120일의 절반 수준인 60일을 연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하면서다.

우크라이나 농부들 입장에선 흑해 항구를 통한 수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헥타르당 수확 무게를 줄여 육로 수출을 모색하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육로 수출은 해상 수출보다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수확량과 무게가 적을수록 유리하고,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농부들이 해바라기와 콩과 같은 작물을 더 재배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도 농부들이 비룟값이 덜 드는 곡물에 눈을 돌리게 했다"고 했다. 하브이스트의 최고경영자(CEO) 디미트리 스코냐코브에 따르면 옥수수 재배 비용은 헥타르당 1250달러이지만 비료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해바라기, 콩과 같은 작물은 같은 면적을 재배하는 비용이 700~750달러다.

다만 전망은 좋지 않다. 스코냐코브 CEO는 "보통 13만헥타르를 경작하지만 전쟁으로 3분의 2에 해당하는 경작 지역을 잃었다"며 "이 외에도 옥수수 재배면적은 전쟁 전 수준의 3분의 1인 약 6000헥타르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우크라이나 농업은 도박처럼 보인다"면서 “완벽하고 이상적인 조건이 갖춰지면 작황이 나쁘지 않을 것이지만 가능성은 평소보다 낮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