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지주. 사진=한경DB
JB금융지주. 사진=한경DB
JB금융지주의 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배당 확대 등 일부 안건을 놓고 JB금융과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벌일 표 대결에 주주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에 더해 JB금융 노조까지 회사의 편에 서면서, 현재로선 얼라인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의중을 알 수 없는 OK저축은행과 국민연금공단 등의 주요주주가 변수로 남아있는 만큼 주총 전까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외 자문사들도 노조도 얼라인에 반대…JB금융 일단 '승기'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JB노동조합협의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고객과 임직원을 존중하지 않은 악덕 주주의 파렴치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얼라인에 주주제안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얼라인의 주주제안은 JB금융의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단기차익 실현을 위한 압박의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했다. 노조는 얼라인이 제안을 거두지 않을 경우 투쟁 등 강한 대처에 나설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이는 지난달 얼라인이 JB금융에 '1주당 900원 결산배당'(배당성향 33%)과 '김기석 후보 사외이사 신규 선임'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한 데 따른 반발이다. 사외이사 추가 선임 요구에서 나아가, 얼라인은 최근엔 기존 후보 재선임도 반대하고 나섰다. "기존 유관우, 이상복 사외이사의 경우 현행 정관상 3연임이 가능한지 의문이며, 성제환 사외이사는 JB금융 최대주주인 삼양사가 합작 설립한 기업의 사외이사란 점에서 독립성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게 얼라인 측 주장이다.

통상 회사와 대척점에 서는 노동조합이 행동주의 펀드를 반대하고 회사 편에 서는 건 흔치 않은 경우다. 이는 주주제안에 배당 확대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해석이다. 배당 확대는 기업의 재투자 여력을 감소시키고 고용 창출에도 불리하기 때문이다.

한 법무법인의 전문위원은 "행동주의 펀드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해서 고려하는 반면 노조는 경영 효율성을 최우선 의제로 두지 않기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됐을 때 회사 편을 들 요인이 더 많다. 노조도 결국 회사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라며 "고용 창출보다 배당 확대를 선호하는 주주들과 달리, 노조는 '과도한 배당 확대는 오히려 손해'라는 논리를 펴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뿐 아니라 주총의 '숨은 권력'으로 꼽히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JB금융에 힘을 실어줬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얼라인이 낸 주주 제안에 모두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했다. JB금융의 배당성향이 여타 국내 국내 금융지주 평균치를 웃돌고, 지난 배당 확대는 주주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게 이들 자문사의 의견이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도 최근 "JB금융의 현 이사회안인 주당 715원(배당성향 27%)을 적정 배당안이라 보고 찬성한다"며 JB금융 편에 섰다.

'캐스팅보트' 쥔 오케이저축은행·국민연금

일단 JB금융 이사회는 얼라인 측이 요구한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추가선임에 반대 의사를 표현한 상태다. 때문에 양측은 이달 30일 열릴 JB금융 주주총회에서 이들 안건에 대한 표대결을 펼치게 됐다.

관건은 주요주주들의 표심이다. 금감원 지분공시보고서 기준 JB금융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최대주주는 삼양사(14.61%)이고, 다음으로는 얼라인(14.04%), 오케이저축은행(10.21%), 국민연금(8.21%), 더캐피탈그룹(5.11%) 순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현 JB금융 이사회에 삼양사 측 인사가 일부 포함된 만큼, 최대주주의 표심은 현 경영진에 기울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시장은 오케이저축은행과 국민연금의 표가 어디로 향할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지나친 배당을 경계하는 최근의 금융당국 기조를 반영해 JB금융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최근 금융권에 과도한 배당을 자제하고, 자금시장 불안에 대비한 손실 흡수능력 확충을 우선시하란 입장을 내비쳐 왔다. 또 글로벌 자문사들이 JB금융 이사회가 의결한 배당안을 두고 "합리적"이라고 평가한 만큼, 여기에 반하는 의견을 낼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국민연금은 일반적으로 경영진이 중대한 문제를 갖고 있지 않는 한 '현 경영진을 믿고 간다'는 보수적인 기조를 갖고 있다"며 "회사 운영과 주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주주제안에 찬성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는 국민연금이 당국을 의식해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적다고 주장했다.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은 "국민연금도 투자자이지만 수탁자 책임 원칙이 제1원칙이기 때문에 기업의 장기적 가치 향상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당이 지나치게 적거나 많지 않도록 지양하려고 하고 있다"면서도 "당국이 금융사에 배당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 점은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소액주주들의 표심은 엇갈린다. 주주들은 "전자위임으로 JB금융에 주주들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얼라인 측 주장에 공감해서 전자위임 해당 안건들에 '반대의사'로 접수했다" 등 의견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일부에선 "장기투자하는 사람으로서 JB금융이 한 발 도약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JB금융에게 위임한다", "정부 정책에 반하는 방향은 위험해 보이니 JB금융에 한 표" 등 의견도 나왔다.

전일 JB금융지주의 주가는 직전일 종가와 같은 8670원에 마감했다. 주가는 올 들어 전일까지 11% 넘게 올랐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