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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따라잡기

MSCI ACWI 내 금융업 비중 15% 불과
정책 수단도 충분…아시아·유럽 정책 주목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처럼 커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기 때와 달리 주식시장에서 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데다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충분하단 이유에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시장에서 포트폴리오 조정은 향후 몇 주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시스템 리스크까진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며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SVB의 경우 공격적인 스타트업 대출 등 투자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에선 SVB 파산 이후 시그니처은행도 무너지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위기설까지 불거지는 등 중·소은행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스위스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가 유동성 위기로 UBS에 넘어가면서 위기감은 전 세계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에 BoA는 이번 사태가 과거 2008년 금융위기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우선 주식시장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점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현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All Country World Index)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15%이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 직전 금융 부문이 차지하던 MSCI ACWI 내 비중은 26%에 달했다.

또 대형 은행들이 과거와 달리 높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우량 자산 보유, 다각화된 예금, 고성장 스타트업에 대한 낮은 위험 노출액(익스포저) 등이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해 재무부, 연방예금보험공사 등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도 충분하다고 봤다.

그럼에도 이번 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는 대출 기준 강화, 투자 감소 등 경제 활동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셉 퀸란 BoA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오는 4월부턴 1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됨에 따라 몇 달간 자산 가격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국 금융 불안은 해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아시아나 유럽의 정책 조치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