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적 양극화로 갈등 첨예해지면서 도서 검열 요구 급증
美도서관협회 "지난해 제기된 '금서' 지정 요구, 역대 최고"
미국에서 이념적 양극화와 이에 따른 갈등이 첨예해진 가운데 학교와 공립도서관 소장 도서에 대한 '검열' 요구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에 본부를 둔 미국 도서관 협회(ALA)는 2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ALA에 접수된 학교·공공도서관 소장 도서, 학습 교재 등에 대한 금지도서(禁書) 지정·제거 요청은 총 1천269건으로, 2022년 729건의 2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ALA가 20여 년 전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수치다.

지난해 '검열' 요청 목록에 오른 책은 총 2천571권으로 2021년 1천858권 보다 38% 더 늘었다.

이 가운데 58%는 학교, 41%는 공립도서관에 각각 소장된 서적 또는 교재였다.

검열 요구 사례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최고 458건·최저 156건, 책으로 치면 같은 기간 최고 378권 최저 190권 수준이던 것이 2021년 폭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1년 이전까지는 1번에 1권의 책에 대한 검열 요청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90%가 다수의 책에 대한 검열 요청을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2%가 2~9권, 38%가 10~99권, 40%는 100권 이상을 동시에 문제 삼았다.

ALA 지적 자유 사무국장 데보라 캐드웰-스톤은 "지난 2년간 유례없이 많은 도전이 제기됐다"며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학부모 또는 지역사회 구성원이 개별 책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으나, 지금은 조직적인 단체가 금서 목록을 만들어 문제를 삼으면서 도전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美도서관협회 "지난해 제기된 '금서' 지정 요구, 역대 최고"
논란의 핵심이 된 내용은 성소수자(LGBTQ) 또는 인종 문제였다.

진보주의자들은 인종차별적 언어가 사용된 점을 들며 '가장 미국적인 소설'로 손꼽혀온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 등을 표적 삼았다.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마이아 코바베의 '젠더 퀴어' 등 LGBTQ 관련 서적과 인종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1669 프로젝트' 등을 겨냥했다.

캐드웰-스톤은 "'검열' 시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권리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 될 수 있다"며 "누구나 어떤 책을 읽을지, 어떤 사상을 탐색할 지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

책 선택은 독자의 몫이고 어린이의 경우 부모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ALA는 다음달 24일 시작되는 '전미 도서관 주간'에 금서 지정 요청이 가장 많았던 도서 톱10 목록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해 초당적 연구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대다수 유권자들은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도서관에서 특정 책을 제거하거나 금서로 지정하려는 노력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서관 측이 소장 서적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부연했다.

ALA는 "미 전역의 공립도서관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검열' 요구 급증 및 정보에 대한 접근 억제 노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유나이트 어게인스트 북 밴스'(Unite Against Book Bans) 이니셔티브를 출범, 독자들이 함께 뭉쳐 검열 시도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했다"면서 오는 전미 도서관 주간에 1주년을 기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