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소비자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지난해 보복성 소비 행태와 국내외 리오프닝 수혜를 입었던 의류업체들의 올해 실적이 하향 안정세로 진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중국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업들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중국 의류 시장은 규모에 비해 아직 성장 여력이 크고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 또한 늘고 있어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F&F는 전 거래일 대비 1600원(1.21%) 하락한 13만1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또 다른 의류업체인 휠라홀딩스도 전 거래일보다 400원(1.1%) 내린 3만5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이들 기업의 주가는 각각 8.64%, 12.25% 하락했다. 고금리,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내수 패션 소비가 둔화된 탓으로 올해 1~2월 매출 성장률이 강도 높은 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캐주얼군에서 고성장해 왔던 일부 라이선스 브랜드들은 신학기 및 리오프닝 수요로 1분기 내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한자리 중반에서 후반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이외 브랜드사들은 전년 동기와 유사하거나 낮은 한자리 성장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패션 브랜드사들은 2021~2022년 보복성 소비 행태와 국내외 리오프닝 수혜를 온전히 입었다. 하지만 올해는 실적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내수 패션 업황이 부진하다기 보다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는 정상적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내수 시장에서 브랜드사들이 살 길은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해 불황에도 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성비 혹은 가심비 브랜드가 되든, 해외 시장 개척으로 또 다른 매출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F&F의 대표 브랜드 'MLB'.(사진=MLB)
F&F의 대표 브랜드 'MLB'.(사진=MLB)
이러한 관점에서 내수보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으로 밸류에이션 레벨을 높일 수 있는 기업들을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중국의 의류 시장은 글로벌 1위 규모다. 지난해 글로벌 의류 시장 규모는 1조5000억달러로 추산되며 그 중 중국 시장은 3256억달러로 약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인당 의류 소비는 연간 약 300억달러로 시장 규모가 더 큰 미국, 유럽, 일본의 약 30~50% 수준에 불과하다. 규모에 비해 아직 성장 여력이 크다.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 또한 늘고 있다. 2022년 중국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전년 대비 5% 증가해 3만7000위안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의류업종 내 최선호주로 F&F를 제시했다.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MLB 싱가포르 사업 확대, MLB 필리핀·캄보디아 추가 진출, 세르지오 타키니(Sergio Tacchini) 아시아권 확장 등 기대할 거리가 넘친다.

F&F는 중국 소매판매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F&F는 올해에도 분기 평균 50~70개 출점이 예상된다. 디스커버리나 듀베티카 등으로 해외 진출 브랜드가 다양해지면서 또 다른 성장동력을 더해나갈 것으로 전망돼 중장기 투자 매력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F&F는 중국 사업 시작 초기보다 절대적인 성장률은 뒤떨어지지만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부진한 업황 속 호실적과 모멘텀을 두루 갖춘 유일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