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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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주가가 연초부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테슬라의 가격 공세에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 전략에 차질이 생겼단 우려에도 주가는 반대되는 양상을 띄는 모양새다. 여전히 많은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에 당분간 실적이 견조할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떠받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 발표를 앞두고 수혜 기대감도 여전하다. 증권가 일각에선 현대차·기아에 대해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4일 오전 10시 8분 현재 전반적인 증시 부진 속 현대차는 전일 대비 2.38% 내린 17만6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기아도 2.68% 약세를 띠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날 18만500원, 7만84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선 현대차, 기아 각각 20%, 32% 올랐다. 현대차는 연초부터 지속된 상승세로 주가가 지난해 9월 29일(종가 18만1500원) 이후 처음으로 18만원대로 올라섰다.

테슬라 할인 공세에 판매 '뒷걸음질'…주가 그래도 순항 중

최근 테슬라의 할인 정책이 미국·유럽·중국 등 3대 전기차 시장 내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면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이 와중에 폭스바겐, 포드 등 경쟁업체가 전기차 신차를 잇따라 선보이는 데다 판매 가격까지 낮추면서 시장 경쟁이 가열되는 점도 판매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지난 2월 테슬라의 유럽 판매량은 1만9249대로 전년 동월 대비 49.7% 증가한 반면, 현대차·기아의 합산 전기차 판매는 23.4% 감소했다.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전체 유럽 시장 점유율도 0.9%포인트 떨어졌다. 전기차 판매가 저조했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2월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1% 줄었다.
현대차 울산2공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울산2공장. 사진=연합뉴스
그래도 주가는 순항 중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최근 잇따라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올려 잡았다. 메리츠증권은 자동차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했다. 또 올해 이익 추정치를 올리며 현대차는 22만원에서 25만원으로, 기아는 9만원에서 11만원으로 적정 주가를 높였다. DB금융투자도 현대차와 기아의 목표가를 각각 22만원에서 24만원으로, 9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렸다. 신한투자증권은 기아의 목표주가를 기존 9만5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조정했다.

현대차·기아의 주가 전망이 긍정적인 건 차량용 반도체난 해소에도 재고 부족으로 백오더 물량이 상당해서다. 이는 결국 실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내 현대차 주요 딜러들의 재고는 1~1.5개월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현대차의 도매 판매 강세는 올해 2분기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아에 대해선 "1월 말 기준 재고는 미국 1.3개월, 유럽 1.5개월, 인도 0.8개월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경우 핵심 지역의 도매 판매 증가와 낮은 인센티브가 유지되면서 전년 대비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인센티브의 경우 공급망 정상화에 따른 경쟁 상승으로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1분기 기준 1100달러로 산업 평균(1500달러)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란 설명이다.

최근 3개월 내 국내 주요 증권사 18곳이 제시한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 34조5478억원, 영업이익 2조5481억원으로 추정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32% 증가한 수치다. 기아는 매출 21조4734억원, 영업이익 2조27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1년 전보다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26% 늘어날 것이란 추정이다.

플릿 확대로 실적 견조 전망

녹록지 않은 전기차 시장 속에서도 여전히 현대차그룹이 플릿 판매를 중심으로 견조한 실적이 예상되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플릿이란 자동차를 법인, 렌터카, 중고차 업체 등을 대상으로 대량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금리 인상에 코로나19 완화에 따른 여행 수요가 맞물리면서 렌터카 업체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플릿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플릿은 현대차·기아가 IRA 정책에 대응해 현지에 전기차 공장 설립 전 보조금 공백을 막기 위해 꺼내든 카드다. IRA 전기차 보조금 관련 조항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생산하지 않은 전기차라고 하더라도 법인 판매나 개인 리스구매 차량은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금리 환경은 일반 소비자의 신차 구매 부담 요인"이라며 "미국 기준 2023년과 2024년 소매 판매가 각각 전년 대비 3%씩 늘어날 때 2023년과 2024년 플릿 판매는 전년 대비 각각 48%, 3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커지는 신차 기대감

기아 EV9. 사진=기아
기아 EV9. 사진=기아
현대차의 중국 공장 매각과 인도 시장 공략 전략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 "올해는 중국 공장 매각과 인도 공장 인수, 배당·자사주 소각으로 현대차의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전환되는 해"라고 말했다. 특히 인도 시장은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그간에는 부진한 구매력으로 인구 대비 판매량이 저조했지만 최근 들어 소득 증가로 소비력이 올라오고 있어 높은 성장세가 예상됐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인도 시장은 매해 10% 이상 성장하며 연간 1000만대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부지런히 인도 시장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현대차는 제너럴모터스(GM) 인도 공장 인수를 추진 중이다. 임 연구원은 "현대차 인도 법인 판매는 인도 수요 고성장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중국의 부진을 충분히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아에 대해선 신차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음달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이 국내 출시된다. 오는 3분기엔 미국 시장에 출시된다. 2024년 이후엔 미국에서 생산될 예정으로 IRA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EV9의 영업이익은 5200억원을 추정되며 이는 지난해 연결 이익의 7% 수준"이라며 "2024년엔 북미 시장 중심으로 글로벌 10만대 판매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증권가 일각에선 자동차주가 저평가됐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평모 연구원은 "지속적인 주주 환원 정책 확대는 밸류에이션 개선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저평가 구간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2023년 상반기 한국 기업들의 실적과 수출 성과는 자동차가 최전 방에서 견인할 전망"이라며 "반면 시장의 저평가는 지나치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