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순수 전기 플랫폼 MEB 기반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이질감 없어
차체 조립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기본기 탄탄
폭스바겐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인 ID.4와 ID.5를 독일 현지에서 직접 타봤다. ID.4는 폭스바겐이 글로벌 시장을 비롯,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첨병'으로 내세운 차다. 미국, 유럽, 중국 등 폭스바겐 생산 공장이 있는 나라를 제외하고 수출국 중에선 지난해 9월 한국에 가장 먼저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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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탑승한 차량은 ID.4에서 듀얼모터를 얹은 사륜구동 ID.4 GTX 모델이다. ID.4 대비 출력은 더 높은 데 비해 주행거리는 더 짧다.
ID.4의 외관은 기존 폭스바겐 차량의 디자인 유산을 바탕으로 전기차 감성을 얹은 듯했다. 다만 기존 직선을 강조한 디자인 대신 둥글둥글한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전면부 그릴이 막혀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폭스바겐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폭스바겐 측은 이번 전기차 디자인에 대해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디자인한 게 특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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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5 등 경쟁 모델 대비 타이어 폭이 더 넓은 게 특징이다. 타이어 폭이 더 크면 마찰력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전비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유럽 특유의 오돌토돌 돌바닥 위에선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 질감을 더하는데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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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차량 대비 작은 크기의 계기판이지만 주행 정보가 충분히 표시돼 운전에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다. 다만 기존 큼직한 계기판을 선호하는 운전자라면 아쉬울 수 있다. 기어 노브는 스티어링 휠 뒷편 오른쪽 상단에 칼럼식으로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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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출력이 경쟁사 전기차 대비 크지 않다. ID.4의 최고출력은 150kW이며 31.6kg·m의 최대토크 성능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5초가 걸린다. 실제 탑승 차량인 ID.4 GTX는 프런트, 리어 액슬 각각에 전기 구동 모터를 탑재해 최대 220kW(295마력)의 전기 출력을 낸다.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6.2초다. 테슬라, 현대차의 비슷한 체급 모델 제로백이 5초대인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 특유의 '확 튀어나가는' 가속감은 덜 했다.
ID.4 GTX는 77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유럽 인증 국제표준주행모드(WLTP) 기준 480㎞다. 125kW 급속 충전 시 약 30분 충전으로 300㎞를 주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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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문, 뒷문, 트렁크 등을 열어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의 이음새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기본기는 폭스바겐', '개성은 부족하지만 단점이 없는 차를 만드는 브랜드'라는 자동차 업계 평가를 전기차에서도 그대로 보여줬다.
배터리에 의한 낮은 무게중심과 단단하게 잡힌 하부 세팅으로 커브를 돌 때는 상당히 안정적인 코너링을 보여줬다. 급커브 구간에서도 여유있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폭스바겐 측은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운전자가 첫 전기차를 구매할 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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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오는 전기차 대부분이 이런 회생제동 모드가 탑재돼 있음에도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승차감 저하 때문이다. 내연차량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관성에 따라 속도가 유지되다가 서서히 느려지는 반면, 전기차 회생제동 모드에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확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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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부드럽게 속도를 제어해줬다. 400km의 주행거리 중 절반이 넘는 거리를 회생제동 모드로 운전했지만 불편하거나 급감속이 드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교통량이 많거나 서행 구간에서는 회생 제동만으로도 편안한 주행이 충분히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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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5 GTX 모델로는 폭스바겐 인스트럭터(강사) 동행 하에 슬라럼(짧은 거리를 지그재그로 달리는 것)과 제로백 테스트를 진행했다. 전기차는 통상 내연기관차 대비 무거운 차체 무게 때문에 차량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주행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
ID.5 GTX 주행 테스트에선 '컴포트' '에코' '스포츠' 등 다양한 주행모드의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슬라럼 주행 시 컴포트 모드에선 스티어링 휠이 가볍게 돌아가지만 차체 하단부 역시 함께 물렁해져 지지해주는 힘이 약해진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선 조향이 묵직해지는 것과 함께 하단부 역시 단단해지면서 지지해주는 힘이 세졌다.
브레이크 성능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급가속 후 급감속 시 차체 무게 대비 브레이크를 다소 무르게 설정해놨다. 풀액셀로 주행했다면 생각보다 이른 타이밍에 풀브레이킹을 시도해야 원하는 지점에서 정차가 가능했다. 다만 중저속 후 정차 시에는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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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스부르크(독일)=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