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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마켓PRO]"더 갈 수 있다" vs "아니다" 전문가들도 엇갈리는 2차전지 전망
최근 약세장에도 불구하고 2차전지 종목 만큼은 급등을 거듭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2차전지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차전지 주가 급등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더 갈 수도 있다는 의견과 개인의 광기가 만든 버블은 곧 꺼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맞부딪치고 있다. 한경 마켓PRO는 2차전지를 둘러싼 여의도의 시각을 블라인드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봤다.

○"IRA발표·증설 기대감 유효"

2차전지의 주가 상승 지속을 점치는 목소리의 가장 큰 근거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안이 곧 발표된다는 점이다. 현재 IRA 조항에서는 양극재와 음극재가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돼 있어 미국에서 제조·조립해야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미국 재무부가 최근 제시한 IRA 해석에 의하면 양극재와 음극재 역시 핵심 광물과 비슷한 '구성 소재'로 구분해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에서 생산해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재무부가 제시한 해석대로 이달 말 IRA 세부안이 마련될 경우 한국 2차전지 업체가 다시 한 번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또 미국 내 배터리셀 설비 등을 갖춘 제조사에게 지급되는 생산세액공제(AMPC) 적용 여부도 관건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A씨는 "특히 IRA 세부안에서 배터리 셀 업체들의 세액공제 범위가 무제한으로 나올 경우 셀 업체가 2차전지 상승을 주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마켓PRO]"더 갈 수 있다" vs "아니다" 전문가들도 엇갈리는 2차전지 전망
시장에서는 2차전지의 대규모 수주가 상반기 중 발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또 다른 시장관계자 B씨는 "4~5월쯤 2차전지 대규모 수주가 발표될 수 있다는 설과 추가 증설 루머가 시장에 난무해 주가의 하락을 투자 기회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라며 "다만 예상보다 수주 금액이 적을 경우 주가 하락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과도한 밸류에이션·거래량 급등 불안"

반면 2차전지의 주가가 꺾일 것이라고 보는 측의 가장 큰 근거는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점이다. 이들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시가총액 합이 약 35조9000억원으로 국내 시가총액 7위 현대차(약 37조2000억원)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데에 의문을 표한다. 현대차의 작년 영업이익은 9조8198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에코프로 삼형제의 영업이익 총합(1조410억원)의 약 열 배다.

10년 이상의 애널리스트 경력이 있는 C씨는 "요즘 2차전지 밸류에이션은 주가수익비율(PER)로 설명이 안되니 주가매출비율(PSR)로 설명하려고 한다"며 "스타트업이 아닌 기업의 주가는 매출이 아닌 이익이 결정하며 보통 PSR로 밸류에이션을 바꿔보려고 할 때는 버블의 정점일 때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마켓PRO]"더 갈 수 있다" vs "아니다" 전문가들도 엇갈리는 2차전지 전망
최근 부쩍 변동성이 심해진 것을 불안하다고 여기는 시선도 있다. 지난 23일 오후 2시 20분경 26만원선을 넘겼던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3시부터 주가가 급락하더니 23만원선에서 장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17조9411억원이었는데, 에코프로 삼형제의 거래대금 총합만 4조원에 이르렀다. 최근 이슈가 되는 금양의 거래대금도 1조원에 육박했다. 그만큼 매도하고자 하는 수요도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다른 시장관계자 D씨는 "시총 상위 종목인 반도체가 힘을 못쓰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2차전지에 과도한 쏠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2차전지 투자의 가장 큰 리스크는 반도체 상승일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