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작년 성사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검사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았으며 개정 법률은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입법 절차는 위헌, 위법하지만 검수완박법 자체는 유효하다는 결정을 한 헌재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입법 절차의 위헌 위법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에 다름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검수완박법이 의결되기까지 위장 탈당, 탈법적으로 구성하고 토론도 없었던 안건조정위원회,국회법에 보장된 무제한 토론을 유명무실하기 위한 1일짜리 회기 등 물리적 폭력을 제외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탈헌법적, 탈국회법적 수단이 동원됐다"면서 "그런데도 헌재는 법사위 국회의원의 심의 표결권을 침해는 인정하면서도 검수완박법 자체는 유효하다고 했다. 국회의원의 심의 표결권이 침해되더라도 법 자체는 유효하다면 국회의원의 심의 표결권은 더 이상 지켜지지 않아도 되고, 절차에 어떠한 위헌, 위법이 있더라도 형식적인 다수결 원칙만 지켜지면 된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법 절차의 위헌 위법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에 다름없다"면서 "이번 헌재 결정에서 적법절차를 핵심으로 한 법치주의 원칙, 충분한 토론을 전제로 하는 다수결 원칙, 여야의 협치를 전제로 한 국회법의 정신은 법조문의 문자일 뿐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헌재야말로 형식적인 법 논리로 사실상 검수완박법의 유효를 확인해 줌으로써 헌법과 국회법의 정신을 유명무실했다"고 덧붙였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앞서 23일 헌재는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입법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의 박광온 당시 법사위원장이 같은 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행위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헌재는 다만 국민의힘이 '검수완박법'을 가결·선포한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기각했다. 법사위에서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해도 본회의에서 적법하게 의사 절차가 진행됐다고 본 것이다.

이날 헌재 결정문에 따르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은 국민의힘의 권한침해확인 및 무효확인 청구에 모두 '기각' 의견을 냈다. 법무부의 권한침해 및 무효확인 청구에도 일제히 '각하' 의견을 냈다. 반면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은 반대로 모든 사안에 '인용' 의견을 냈다.

다만 이미선 재판관은 심의·표결권 침해를 인정하는 의견을 내놓고도, 국회를 통과한 법률은 무효가 아니라는 의견에 동참했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선애 재판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선애 재판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재판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가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권한이 전면 차단된 건 아니기 때문에 국회의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가결의 효력은 있는 것으로 봤다.

다른 재판관들은 심의·표결권 침해와 법률의 무효 여부를 일관되게 판단했는데 이 재판관만 엇갈리게 판단한 것이다.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선고에선 청구 3건에 대한 모든 결정이 5 대 4로 이뤄졌다. 성향에 따라 재판관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나뉜 결과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이 재판관은 2019년 4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됐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변호사인 남편과 함께 35억원대 주식을 가진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