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령 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장 학술회의서 평가…"체제 내구력 문제 직면"
"강대강 구도 장기화땐 北 내부위협 직면…더 많은 비용 소요"
북한이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한반도의 강대강 구도가 지속될수록 내부로부터 체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24일 한국국제정치학회·통일연구원·외교부 공동주최로 열린 '북한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선언 30년 회고와 전망, 그리고 접경지역 교류 방안' 학술회의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북한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시대를 거치며 핵능력을 일관되게 고도화시켰고, 그 과정에서 체제보장을 요구하는 논리로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조건을 발전시켜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간의 비핵화 협상이 실패하면서 "오히려 북한은 이 기간에 체제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고, 경제지원 및 대북제재 해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며, 국방혁신과 국방개혁 발전의 시기로 활용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엔 남한을 '적'으로 간주하는 대남·대적관 강화 정책을 폈고, 올해는 한미일 군사 공조 강화를 겨냥한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적투쟁 원칙'을 내세웠다며 "해가 거듭될수록 북한은 협상 국면 전환 가능성을 차단하며 군사 긴장 증대를 통해 강대강 대결 구도의 장기화"로 나아갔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런 추이는 북한 체제에 딜레마를 안긴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2023년을 공화국의 발전행로에 크게 아로새길 위대한 전환의 해, 변혁의 해로 만들자"고 주창한 "기저에는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이외에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강대강, 정면승부 투쟁원칙만을 되뇌어야 하는 두려움과 딜레마 상황이 동시에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강대강 구도의 장기화는 북한 체제 전반에 더 많은 비용 부과와 고통의 감내를 요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은 체제 내구력의 문제, 즉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내부의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이 증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션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에 앞서 핵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불용핵화' 전략에 무게를 두자는 주장도 나왔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핵에 대해 군사적 대응이 무의미하다거나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재진영화된 국제질서 하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바탕으로 서구 중심의 대북 압박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의 의도에 대한 몰이해 속에 정치적으로 손쉬운 군사적 대응만을 고집할 경우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 고조 및 위기와 함께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불용핵화를 위한 위기관리와 능동적이고 유연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