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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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다음 번에는 가능하면 배달앱 말고 그냥 전화로 포장 주문해주실 수 있을까요. 2000원 더 싸게 해드릴게요"

퇴근길 집 근처 치킨집에 배달 앱으로 주문해둔 포장 음식을 찾으려던 한 A씨(32)를 향해 사장 B씨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B씨는 "손님들께 부탁드리기 좀 죄송하지만, 물가 상승에 각종 수수료까지 감당이 되질 않는다"며 "플랫폼 의존을 좀 줄이려고 한다. 전화 주문하시면 손님들께 낮은 가격으로 드릴 수 있고 저희는 각종 수수료 부담이 덜어서 손님과 제가 모두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배달' 대신 '포장' 꺼내든 자영업자들

코로나19 시국 매출에 톡톡히 도움이 됐던 배달이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 시대에 각종 배달료와 플랫폼 수수료 등 부담이 커지면서 배달 보다 포장 주문을 유도하는 외식업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포장주문에 금액 할인을 해주는 일이 드물었으나, 늘어나는 배달 및 플랫폼 수수료 등을 줄이기 위해 업체들이 자구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등포에서 피자 가게를 연 사장 C씨는 처음 개업 때부터 포장 주문을 노리며 영업을 한 결과,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전했다. 그는 "포장 주문 시 4000원 할인해주니 가격 면에서 손님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퇴근 길이나 저녁시간에는 포장해가려는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다"라고 말했다.

외식업은 이전부터 위기를 맞고 있던 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가 5개 분기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당시 보고서에서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매장 중심에서 어쩔 수 없이 배달에 많은 비중을 줄이고 매장 중심의 서비스 전환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뚝 떨어진 배달 앱 사용자 수

주요 배달 앱 주가 활성 사용자 수.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주요 배달 앱 주가 활성 사용자 수.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실제 배달 앱 사용자들은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 1위 배달의 민족의 3월 3주 주간 활성 사용자 수(WAU, 안드로이드+iOS 합산)는 1296만명으로 집계됐다. 배달의 민족 WAU가 1300만선 아래를 기록한 것은 2021년 4월 1주 이후 약 2년 만이다.

요기요 WAU는 3월 2주차에 336만명을 기록하면서 2020년 5월 안드로이드와 iOS 합산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 내내 400만~500만 사이에서 움직였던 요기요 WAU는 지난해 8월 말 이후 300만명대로 떨어지더니 좀처럼 400만명 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최근 WAU는 145만명으로 2020년 12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최고점인 379만을 기록한 2021년 12월과 비교하면 1년 4개월여 만에 WAU 60%가 날아간 셈이다.

근본적으로는 고물가 상황에 소비 경기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올해에도 인플레이션의 잠재적인 위협 요인은 해소되지 않고 있고, 과거에 침체됐던 수요의 회복력이 더 이상 이를 압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당분간 외식 소비 수요가 더 늘어나기보다는 오히려 조정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