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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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얼마 전 집에서 라디오를 듣는데 이런 노랫말이 들리더라고요. 원로가수 서유석의 노래였습니다. 가사를 곱씹으면서, 젊음을 당연시했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됐습니다. 지나고 보면 가장 눈부신 때로 기억될 텐데, 정작 '청년'일 때는 이 시기의 진가를 알기 힘든 것 같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여러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일 겁니다.

청년들을 위한 금융 지원책들이 많습니다. 청년정책을 규정하는 현행 청년기본법에선 청년은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정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일반적으로 자산 형성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자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돈을 들여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청년만 가입할 수 있는 정책 금융상품이 등장했는데요.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 이른바 '청년펀드'입니다. 어떤 상품입고, 가입 시 장단은 무엇일지 따져보겠습니다.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는 정부가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돕기 위해 신설한 제도로, 이달 처음 시행됐습니다. 펀드에 가입하면 납입금액(연 600만원 한도)의 40%를 근로소득금액에서 공제해 주는 것이 골자입니다.

참고로 소득공제란 총급여액에서 필수경비 등 일정금액을 공제해 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우리가 낼 세액을 매길 때, 세율은 '총급여'가 아닌, 각종 공제를 거친 '과세표준'에 곱해야 합니다. 과세표준은 소득공제를 하고 난 부분을 뜻하는 것으로, 과세대상 금액인 셈입니다. 쉽게 말해 소득공제된 금액에 대해선 세율(6~45%)이 적용되지 않는 건데요. 결국 공제되는 금액이 늘어날수록 과세표준이 줄고, 결국 최종 납부 세액도 절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다시 청년펀드로 돌아와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3년간 매달 월 최대 납입금액인 50만원을 꾸준히 넣는다고 가정해 볼게요. 만기 때 원금 1800만원에 더해, 최대 720만원(매년 최대 240만원씩 3년)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펀드 운용으로 인한 수익은 덤이고요. 물론 펀드는 투자상품인 만큼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단 점은 꼭 짚고 가야합니다. 초과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원금손실 가능성도 있습니다.

절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는 이 상품은 아쉽게도 가입대상이 청년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총급여가 5000만원 이하인 19~34세 청년입니다. 여기서 총급여액이란,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상의 소득명세 합계에서 비과세 소득을 뺀 금액을 말합니다. 혹 가입한 뒤 급여가 오르더라도, 연간 총급여가 8000만원이 될 때까지는 소득공제 혜택이 유지됩니다. 납입기간은 최소 3년, 최대 5년입니다. 과거 소득공제 장기펀드의 납입기간이 5~10년 수준이었단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줄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청년펀드는 이달 들어 우수수 쏟아지고 있습니다. NH아문디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 주요 운용사들이 이미 관련 펀드를 내놓았고, 다른 운용사들도 출시를 준비하거나 검토하고 있습니다. 청년펀드는 국내 상장주식에 40% 이상 투자하도록 돼 있는데요. 운용사마다 문화, 리츠, 4차산업혁명, 2차전지 등 특정 테마나 섹터를 앞세운 만큼, 투자자들은 관심 테마와 국내외 투자비중 선호도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펀드를 고를 수 있습니다. 펀드 가입은 은행, 증권사들을 통해야 하는데, 일부 회사들은 납입금액과 자동이체 등록 등을 전제로 모바일 상품권 등을 주고 있습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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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청년에겐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유의할 점도 있습니다. 일단 가입 직전 3년간 한 번이라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였다면 펀드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이자와 배당 등 금융소득으로 연간 2000만원 이상 벌어들인 사람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됩니다.

또 청년펀드는 투자자가 최소 유지기간인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할 경우 납입금액의 6%이 추징됩니다. 펀드 가입 이후 받은 감면세액을 다시 토해내야 하는 것이죠.

다른 청년 대상 정책금융 상품들도 살펴보겠습니다. 오는 6월 출시될 '청년도약계좌'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월 최대 납입액이 70만원인 5년 만기 적금 상품인데요. 매월 40만~70만원의 적금을 납입하면 정부가 월 최대 2만4000원을 더해주는 방식입니다. 이자 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게 큰 장점입니다. 개인소득이 6000만원 이하이면서,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인 청년이 가입 대상이고요. 또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저소득층 청년에 한해선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부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협의되고 있습니다.

청년도약계좌는 사업목적이 비슷한 '청년희망적금'과는 중복 가입이 어렵습니다. 기존 청년희망적금에 이미 가입한 상태라면, 만기되거나 중도해지 시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청년펀드 가입자는 청년도약계좌와 동시 가입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들 상품은 적지 않은 금액을 매월 저축하면서 수년간 묶어둬야 하기 때문에, 여윳돈 자체가 많지 않은 청년들로선 신중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청년도약계좌는 소득 측면에서 청년펀드보다 더 많은 청년들을 아우를 수 있지만, 만기가 5년으로 긴 편이어서 부담일 수 있습니다. 혜택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자금여력을 잘 진단해서 상품을 선택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청년 정책금융 상품들의 절세 취지는 좋지만 실상 청년들, 특히 소득이 높지 않은 이들은 애초에 세금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세금은 간접적인 혜택이기 때문에 청년들을 지원하려면 '보너스 이율' 등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청년들도 전용 상품이 나올 때마다 득실을 따져보는 습관을 들이면, 금융 안목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