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민주주의가 위태롭다"
어느 순간 세상이 바뀌었다. ‘다 같이 잘살자’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내가 잘사는 게 우선’이다. 정치권에서든 시민사회에서든 공동체 의식은 허물어지고 독자 생존이 우선시되는 시대다.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널리 알려진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에서 그 원인을 찾아 나선다. 미국 건국 때부터 시작해 정치 철학의 발전 양상을 좇는데, 2차 세계대전 전후로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진단한다. ‘케인스 경제학’이 미국의 주류 담론으로 떠오른 사건을 말한다.

그전까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긴장 속에 공존했다. 케인스 경제학을 받아들이면서 오로지 경제가 중요해졌다. 미국 정치권의 논의는 어떤 정책을 펼쳤을 때 경제적 파이를 가장 크게 만들 수 있는지, 이를 분배하는 공평한 방법은 무엇인지와 같은 경제적 질문에 집중됐다. 샌델은 “새로운 정치경제학의 출현은 단지 경제학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정치의 공화주의적 노선이 소멸하고 오늘날의 자유주의가 등장하는 변곡점의 순간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개인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국가는 서로 다른 견해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여겨졌다. 어떤 공공선을 추구해야 하는지, 무엇이 바람직한 시민적 덕목인지에 대한 논의는 차츰 사라졌다. 자유도 좋지만, 한쪽으로의 지나친 쏠림은 문제를 일으킨다. 샌델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이 책은 1996년 펴낸 책의 개정판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