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일제지 '먹튀' 논란…개미들, 눈뜨고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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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매매·최대주주 장내매매 등
부실 공시로 소액주주 '뒤통수'
최우식 대표 주식담보대출이 화근
개인 사업 어려워지며 빚 못갚아
2500원대 주가, 800원으로 폭락
부실 공시로 소액주주 '뒤통수'
최우식 대표 주식담보대출이 화근
개인 사업 어려워지며 빚 못갚아
2500원대 주가, 800원으로 폭락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99.25770320.1.jpg)
○미공시 주식담보대출의 나비효과
![국일제지 '먹튀' 논란…개미들, 눈뜨고 당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A.32984891.1.jpg)
국일제지는 특수지와 산업용지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문제는 2세 경영인인 최우식 대표가 지난해 보유 지분 4100만 주(지분율 32.13%)를 담보로 290억원의 대출을 받으며 시작됐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식담보대출을 받으면 공시를 해야 하지만 최 대표는 공시하지 않았다.
담보대출 사실은 더하기커런시대부라는 대부업체가 지난 6~8일 국일제지 주식 611만5000주를 반대매매로 장내 매도하면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 “최 대표가 개인 사업에 쓰기 위해 대출을 받았지만 지난해 경기 위축으로 이 사업이 어려워져 대출 상환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반대매매에 국일제지 주가가 급락하자 최 대표도 6일부터 보유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다. 13일까지 2461만5627주를 주당 평균 1051원에 팔아 약 260억원을 현금화했다. 이에 최 대표 지분율은 5.7%로 낮아졌다.
○소액주주 손실은 나몰라라
이 과정에서 수상한 경영권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액주주들은 더 큰 피해를 봤다. 최 대표는 지난 8일 지분 약 3188만5000주(23.99%)를 357억원에 스포츠용품업체 디케이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1차 물량인 988만5000주를 당일 디케이원에 양도하고 98억원을 받았다. 주당 1118원이었다. 디케이원은 이 지분을 바로 시장에 팔아 차익을 남겼다.13일 국일제지는 급작스럽게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최 대표와 디케이원은 나머지 주식 거래를 오는 29일 마무리한다는 입장이었지만 20일 계약은 해지됐다. 디케이원이 주총 이전에 새로 선임할 이사 및 감사 후보 지명 등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시장에서는 계약 자체가 허위인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 정지 전에 주식을 현금화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쇼’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최 대표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다면 이 역시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지분은 크게 줄었지만 최 대표는 여전히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일제지는 오는 29일 주주총회 안건으로 최 대표 재선임안을 올렸다. 주총 의결권이 작년 말 기준이어서 최 대표는 지분 32.13%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안건이 통과하면 그는 3년간 국일제지 대표를 맡게 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의 몫으로 남았다. 작년 말 기준 4만5789명의 소액주주가 67.8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석철/장현주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