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은행 위기 전염병(Bankdemic), 다음 환자는 도이치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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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은행 위기 전염병(Bankdemic), 다음 환자는 도이치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01.32988315.1.jpg)
어제(23일) 미국에서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모든 예금을 보장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는다'라는 전날 발언을 어조를 살짝 바꾸면서 뉴욕 증시가 상승세로 마감했었습니다. 예금 보험 한도를 넓히겠다는 말은 피했지만 '사례별로' 보장하겠다고 설명한 것이죠.
다만 퍼스트 리퍼블릭 등 지역은행을 포함한 은행주는 약세로 마감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제 발표된 미 중앙은행(Fed)의 대차대조표 잔액을 보면 지난 한 주간 또다시 940억 달러가 늘어나긴 했는데, 세부 내용을 보면 Fed의 재할인창구를 통한 자금은 420억 달러가 감소하고 대신 최근 만든 은행기간펀딩프로그램(BTFP)에서 430억 달러가 나갔습니다. 조건이 유리한 BTFP로 바꾼 것일 뿐 은행들의 자금 수요가 지난주 늘어나진 않은 것이죠. 증가한 분야는 실리콘밸리 은행(SVB) 등의 뒤처리를 하는 미 예금보험공사(FDIC)에 빌려준 자금이 370억 달러 증가했고, 외국 중앙은행들이 Fed의 레포(Repo. 환매조건부채권) 창구에 미 국채를 맡기고 빌려 간 게 600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Fed의 대차대조표 잔액을 보면 은행 스트레트가 두려워하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부에선 외국 중앙은행이 하루 레포 한도인 600억 달러를 빌려 간 데 대해 해외에서도 달러 유동성 부족이 나타나고 있는 징후라고 분석했습니다. (상시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는 유럽과 영국, 스위스, 캐나다. 일본 중앙은행을 뺀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겠지요.)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은행 위기 전염병(Bankdemic), 다음 환자는 도이치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01.32988346.1.jpg)
도이치뱅크는 자산이 1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G-SIB(글로벌하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입니다. 크레디스위스의 5300억 달러보다 세 배 가까이 큰 곳이죠.
투자자들이 당황한 것은 이런 도이치뱅크 폭락을 촉발한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도이치뱅크는 지난해 60억 달러 이익을 내는 등 재무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예금 이탈도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몇 가지 부정적 요인이 있긴 합니다.
먼저, 도이치뱅크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노출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최근 미국 지역은행들이 흔들리면서 상업용 부동산에서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도이치뱅크 하락은 단순히 레버리지되고 불투명한 비즈니스 모델을 매각하는 시장의 단순한 기능에 의한 것으로 생각한다. 금리 변동성 폭발 이후에 나올 1분기 실적에 대한 불편함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대출 중 7%가 상업용 부동산 대출(330억 유로)이라는 점이다. 그중 51%가 미국에 집중되고 있고, 34%는 사무용 빌딩이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분야다. 미국 사무용 빌딩 관련 노출은 55억~110억 유로 정도로 추정된다"라고 밝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은행 위기 전염병(Bankdemic), 다음 환자는 도이치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01.32988320.1.jpg)
세 번째는 주말을 앞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말 사이 뭔가가 터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크레디스위스처럼 수년간 몇몇 스캔들(러시아 자금세탁 등)에 휘말렸던 도이치뱅크 주식을 정리하기로 한 투자자가 있었다는 얘기죠. 크레디스위스도 지난 주말 사이 정리가 됐고, 투자자들은 거의 건지질 못했습니다. 어찌 보면 이런 황당한(?) 추정이 나올 정도로 투자자 불안이 크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찰스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전략가는 "요즘 '두더쥐 잡기'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다음 대상이 어느 은행일지 궁금할 정도다. 은행 발 뉴스가 인플레이션 수치에 앞서 더 주목받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워낙 투자심리가 좋지 않다보니 은행주가 하락하면 왜 내리는지 따지기보다 우선 팔고 본다는 트레이더가 많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도이치뱅크뿐 아닙니다. 코메르츠방크, 소시에테 제네랄, BNP파리바, 유니크레디트 등 유럽 주요 은행주가 동반 급락했습니다. 도이치뱅크가 흔들린다면 거래 관계가 많은 이들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겠지요. 은행주가 폭락세를 이끌었고, 유럽 증시의 주요 지수는 2% 안팎의 큰 폭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크레디스위스를 인수한 UBS 주가도 한때 8% 이상 떨어졌는데요. 미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정치인들의 재산 회피를 도왔다는 혐의로 미 법무부 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다만 크레디스위스와 달리 뚜렷한 하락 이유가 모호했다는 점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도이치뱅크 등 은행 주가는 폭락세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도이치뱅크는 8.5%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코메르츠방크(-5.45%) 소시에테 제네랄(-5.27%) BNP파리바(-5.28%) 등도 하루 하락 폭의 절반 정도를 만회했습니다. 은행주가 일부 회복하면서 독일 DAX가 1.66% 내리는 등 유럽 각국의 주요 지수도 1%대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STOXX600 유럽 은행지수는 4.6% 하락했습니다.
JP모건은 "도이치뱅크의 보통주 자본 비율은 13.4%로 탄탄하고, 법무 위험도 크지 않다"라며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면서 "도이치뱅크의 CDS 스프레드의 확대는 모든 시장 참가자들의 일방적 위험자산 축소와 관련된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씨티도 "도이치뱅크는 비합리적인 시장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치인들도 지원에 나섰습니다. 독일의 올라프 슐츠 총리는 "도이치뱅크에 대해 걱정할 이유가 없다. 그들은 수익성이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만약 필요하다면 유로존의 금융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은행 위기 전염병(Bankdemic), 다음 환자는 도이치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01.32988329.1.jpg)
유럽 증시 상황을 지켜보면서 출발한 뉴욕 금융시장도 장 초반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은 아침 한때 13bp 떨어진 3.289%, 2년물은 30bp가량 급락한 3.553%까지 거래됐습니다. 2년물의 경우 작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또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3~0.4% 수준의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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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글로벌이 발표한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9.3으로 2월(47.3)보다는 개선됐습니다. 서비스업 PMI도 53.8로 2월(50.6)보다 높게 조사됐습니다. 둘 다 예상보다 높았고요. 이 둘을 더한 합성 PMI는 53.3으로 집계됐습니다. 2월(50.1)에서 상승해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크리스 윌리엄슨 S&P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 부문에서 봄이 되자 수요가 늘어나는 등 더 반길 만한 신호가 나타났다. 최근 긴축과 은행 불안 속에 이런 수요가 유지될 수 있을지 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는 영향이 크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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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채권 시장, 특히 회사채 시장의 상황은 증시와 다릅니다. 가장 위험한 회사를 가르는 등급인 B등급과 CCC등급 사이의 스프레드는 이달 급격히 벌어졌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CC등급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B등급 채권보다 평균 531bp나 더 높은 금리를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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