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열린 중국발전포럼 참석차 3년만에 방중
"북경날씨 좋죠"…방중 이재용, 美中반도체전쟁 의식한듯 말아껴
"북경(베이징)에 날씨가 너무 좋지요?."
3년 만에 중국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5일 오후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 도착한 뒤 기다리고 있던 한국 특파원들의 질문에 이 한마디만 하고는 말을 아꼈다.

23일 베이징 도착 후 동선을 일절 공개하지 않은 채 '로 키'(low key) 행보를 이어가던 이 회장을 만난 기자들은 질문을 쏟아냈지만, 그 이상 이 회장의 말을 듣지 못했다.

이날 오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발전포럼의 한 세션에서 연설자로 나서 중국의 혁신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덕담'을 하고, 중국 농촌 교육에 기여를 늘릴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공개적이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베이징의 관측통들은 잠행에 가까운 이 회장의 방중 행보가 결국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속에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보유한 삼성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현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한국 등 각국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생산능력 확장에 제동을 건 이른바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이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10만 달러(약 1억3천만 원) 이상의 거래를 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중국은 이에 대해 22일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 계기에 "철두철미한 과학기술 봉쇄와 보호주의 행위"라며 "결연한 반대"를 표명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이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보유한 기업들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있다.

결국 '때가 때인 만큼' 이 회장은 말을 아낀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의 재계 소식통은 "삼성전자로서는 중국 내 사업과 관련한 입장이 정해지기 전에는 어떤 말도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