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 권도형 측 “법원 구금 연장 항소”… 신병 확보 시간 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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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변호인 “모국어 통역 미제공… 방어권 박탈”
몬테네그로 신병 인도 결정 나와도 항소할 듯
美 검찰, "폭락 1년 전 투자회사와 공모해 시세 조작"
몬테네그로 신병 인도 결정 나와도 항소할 듯
美 검찰, "폭락 1년 전 투자회사와 공모해 시세 조작"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사진=REUTERS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후 해외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2)가 현지 법원의 구금 기간 최장 30일 연장 결정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몬테네그로 당국의 신병 인도 결정에 대해서도 권 대표 측이 불복해 소송으로 맞설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한‧미 양국이 권 대표의 신병 확보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내 송환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권 대표의 변호인인 브란코 안젤리치는 “법원의 구금 기간 연장 결정에 대해 정해진 기간 내에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현지 법원은 전날 권 대표와 측근 한모 씨에 대해 구금 기간 연장을 명령했다. 법원은 “권 대표 등이 싱가포르에 주거지를 둔 외국인으로 도주 우려가 있고, 신원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구금 기간 최장 30일 연장을 결정했다.
권 대표는 한모 씨와 함께 지난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된 뒤 구금됐다.
권 대표는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두바이를 거쳐 세르비아로 도주했고, 다시 인접 국가인 몬테네그로를 통해 두바이로 가려다 붙잡혔다.
몬테네그로는 피의자 구금을 최대 72시간까지만 허용한다.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이 기간 연장을 법원에 요청했고, 법원은 피의자 신문을 거쳐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피의자 신문에서 권 대표 측은 한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은 점을 들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재판부는 권 대표가 영어를 이해한다는 사실을 검사로부터 확인했다면서 한국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한 재판부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사진=REUTERS
이에 대해 권 대표 측 변호인은 이 결정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이다. 변호인인 안젤리치는 “의뢰인들은 모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등 방어권을 박탈당했다”며 “제기된 혐의에 대해 제대로 답변조차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도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금 기간 연장을 결정했다”며 “이 결정에 대해 정해진 기간 내에 항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몬테네그로 경찰은 체포 하루 만인 전날 “(위조 여권을 사용한) 권 대표 등 2명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당국은 권 대표가 세르비아에서 몬테네그로로 넘어온 입국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불법 입국이 드러나면 이 또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몬테네그로 당국이 위조 여권 등 관할권에서 벌어진 형사 사건에 대해 자체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권 대표 측이 이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한다면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송환 결정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과 미국이 권 대표의 신병 확보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몬테네그로 당국의 신병 인도 결정에 대해 권 대표 측이 불복해 소송으로 맞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당장 한국 정부가 권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국내 피해자 수는 2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미국 검찰은 권 대표가 테라·루나 폭락 사태 1년 전 미국의 한 투자회사와 공모해 이 코인 시세를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권 대표를 증권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한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이런 내용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권도형 대표. 뉴스1
권 대표는 2021년 5월께 자신이 만든 코인 테라USD(UST)의 시세 조종을 위한 도움을 얻으려고 미국의 한 투자회사의 대표자들과 접촉했다. UST는 1달러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이다. 하지만 당시 UST의 달러 페그가 깨지는 바람에 곤혹스러운 처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1’(Firm-1)이라고만 공소장에 기재된 이 투자회사는 권 대표의 요청에 따라 UST의 시세를 조작하기 위한 매매 전략을 사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수법을 사용했는지 공소장에 적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앞서 권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투자회사가 UST를 대량으로 매수해 시세를 복구했다고 소장에서 밝힌 바 있다.
SEC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1년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최소 2개 이상의 가상화폐 플랫폼을 활용해 6200만 개 이상의 UST를 순매수, UST 시세를 1달러로 복원시켰다. 그 직전에 권 대표는 2021년 5월 23일께 시세조종의 대가로 테라폼랩스와 이 투자회사 간의 기존 채무를 조정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그러나 테라폼랩스는 시세를 조작한 사실을 숨긴 채 소셜미디어를 통해 UST의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는 알고리즘 구조를 홍보하며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권 대표 본인도 소셜미디어는 물론 이듬해 3월 인터뷰 등을 통해 역시 알고리즘이 UST의 가격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허위 주장을 내놨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이에 미국 검찰은 권 대표를 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하고 범죄인 인도를 추진 중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후 해외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2)가 현지 법원의 구금 기간 최장 30일 연장 결정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몬테네그로 당국의 신병 인도 결정에 대해서도 권 대표 측이 불복해 소송으로 맞설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한‧미 양국이 권 대표의 신병 확보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내 송환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권 대표의 변호인인 브란코 안젤리치는 “법원의 구금 기간 연장 결정에 대해 정해진 기간 내에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현지 법원은 전날 권 대표와 측근 한모 씨에 대해 구금 기간 연장을 명령했다. 법원은 “권 대표 등이 싱가포르에 주거지를 둔 외국인으로 도주 우려가 있고, 신원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구금 기간 최장 30일 연장을 결정했다.
권 대표는 한모 씨와 함께 지난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된 뒤 구금됐다.
권 대표는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두바이를 거쳐 세르비아로 도주했고, 다시 인접 국가인 몬테네그로를 통해 두바이로 가려다 붙잡혔다.
몬테네그로는 피의자 구금을 최대 72시간까지만 허용한다.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이 기간 연장을 법원에 요청했고, 법원은 피의자 신문을 거쳐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피의자 신문에서 권 대표 측은 한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은 점을 들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재판부는 권 대표가 영어를 이해한다는 사실을 검사로부터 확인했다면서 한국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한 재판부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사진=REUTERS
이에 대해 권 대표 측 변호인은 이 결정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이다. 변호인인 안젤리치는 “의뢰인들은 모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등 방어권을 박탈당했다”며 “제기된 혐의에 대해 제대로 답변조차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도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금 기간 연장을 결정했다”며 “이 결정에 대해 정해진 기간 내에 항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몬테네그로 경찰은 체포 하루 만인 전날 “(위조 여권을 사용한) 권 대표 등 2명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당국은 권 대표가 세르비아에서 몬테네그로로 넘어온 입국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불법 입국이 드러나면 이 또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몬테네그로 당국이 위조 여권 등 관할권에서 벌어진 형사 사건에 대해 자체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권 대표 측이 이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한다면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송환 결정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과 미국이 권 대표의 신병 확보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몬테네그로 당국의 신병 인도 결정에 대해 권 대표 측이 불복해 소송으로 맞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당장 한국 정부가 권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국내 피해자 수는 2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미국 검찰은 권 대표가 테라·루나 폭락 사태 1년 전 미국의 한 투자회사와 공모해 이 코인 시세를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권 대표를 증권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한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이런 내용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권도형 대표. 뉴스1
권 대표는 2021년 5월께 자신이 만든 코인 테라USD(UST)의 시세 조종을 위한 도움을 얻으려고 미국의 한 투자회사의 대표자들과 접촉했다. UST는 1달러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이다. 하지만 당시 UST의 달러 페그가 깨지는 바람에 곤혹스러운 처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1’(Firm-1)이라고만 공소장에 기재된 이 투자회사는 권 대표의 요청에 따라 UST의 시세를 조작하기 위한 매매 전략을 사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수법을 사용했는지 공소장에 적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앞서 권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투자회사가 UST를 대량으로 매수해 시세를 복구했다고 소장에서 밝힌 바 있다.
SEC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1년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최소 2개 이상의 가상화폐 플랫폼을 활용해 6200만 개 이상의 UST를 순매수, UST 시세를 1달러로 복원시켰다. 그 직전에 권 대표는 2021년 5월 23일께 시세조종의 대가로 테라폼랩스와 이 투자회사 간의 기존 채무를 조정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그러나 테라폼랩스는 시세를 조작한 사실을 숨긴 채 소셜미디어를 통해 UST의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는 알고리즘 구조를 홍보하며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권 대표 본인도 소셜미디어는 물론 이듬해 3월 인터뷰 등을 통해 역시 알고리즘이 UST의 가격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허위 주장을 내놨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이에 미국 검찰은 권 대표를 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하고 범죄인 인도를 추진 중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